기획│2030년 세계 에너지시장을 가다 ④ 석유

20년 후에도 최대 에너지원 역할

2014-03-24 11:36:41 게재

산업용이 수요 견인 … '황금의 샘'이냐 '악마의 눈물'이냐 논란은 여전

19세기 후반부터 인류 문명사에서 중요한 에너지로 역할을 해온 석유는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로 평가된다.

세계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발언권을 지닌 스토리텔링 작가 대니얼 예긴은 석유를 '황금의 샘'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 황금을 독차지했던 록펠러는 '악마의 눈물'이라고 평했다. 자연의 질서를 흐트러뜨리고, 국가 간 전쟁과 대립을 가져오는 원인이라고 예견한 것으로 보인다.

석유 때문에 세계 각국이 얽히고설키고, 나아가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는 현상은 야생 생태계를 방불케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석유로 만든 옷을 입고, 석유를 사용해 재배한 음식을 먹으며, 우리가 일하고 생활하고 이동할 때도 석유의 도움을 받는다. TV나 휴대폰의 패널이나 디스플레이, 비닐, 페트병 등도 모두 석유로 만드는 화학제품들이다.

때문에 당분간 석유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란 어렵다. 대니얼 예긴도 "2030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은 지금보다 35~40% 늘겠지만 에너지 구성은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석유가 석탄을 누르고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 되는데도 한 세기가 걸렸다"고 말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소비국으로 =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석유수요가 2011년 8670만배럴(1일)에서 2035년 1억140만배럴로 1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간 증가율이 석탄 17%, 가스 48%, 원자력 66%, 신재생 77%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최고 에너지원으로서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예측이다.

세계 석유수요 증가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비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의 주도가 예상된다. 산업발전에 따른 석유화학산업 활성화와 수송용이 수요증가를 견인한다. 자동차 연비 기준에 대한 강한 규제 부족과 중동의 화석연료 보조금 지속도 한 몫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의 빠른 수요 증가와 2020년 이후 미국의 수요 감소로 2030년쯤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 소비처가 될 전망이다. 중동의 수요는 2030년 이전 유럽연합(EU)을 추월한다.

미국의 석유와 캐나다 오일샌드의 생산량 증가, 브라질 심해광구 개발, 세계적인 천연가스 공급 증가는 석유부문에서 향후 10년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음을 예상케 한다.

그러다 2020년대 중반이 되면 OPEC 비회원국에 의한 생산이 감소하기 시작해 전 세계 석유공급 증가의 대부분이 다시 중동국가들에 의해 충당될 것으로 관측된다.

IEA는 이달 초 발표한 2014년 세계 석유시장 보고서에서도 올해 수요를 상향 조정했다.

다만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국제 석유수요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안정을 유지하는 이유는 이라크와 북미지역의 원유 생산량 증가를 꼽았다. 올 2월 이라크 원유 생산량은 전월대비 53만배럴(1일) 증가한 362만배럴을 기록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리스크가 3달 이상 지속될 경우 유가가 10%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석유피크 시기는 경제성이 좌우 = 석유와 관련된 이슈 중 수십 년 전부터 지속돼 온 것이 '석유고갈론'이다. 우리는 40년 후쯤이면 세계 석유매장량이 바닥날 것이란 이야기를 40년 전부터 들어왔다.

하지만 석유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산되고 있고, 최대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있다.

1882년 전 세계 원유매장량은 150억리터로 추정됐었으나 2009년 기준 원유 매장량은 213조2000억원에 이른다.

지금도 기술발전으로 첨단 탐사·시추공법이 개발되면서 원유매장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오일샌드, 타이트오일, 셰일오일 등 비전통원유의 발견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측면에서 '석유고갈론' 보다는 '석유피크론'이 더 설득력 있다. 석유추출량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다 최대치에 이르면 하강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이론이다.

다만 산유국과 석유개발업체 입장에서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시점이 될 것이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좀 더 투자비가 들더라도 심해(深海)·북극해 등 새로운 유정을 찾아 나설 것이고, 유가가 낮으면 비싼 투자비를 써가며 광구를 개발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석유비중 40%, 중동의존 탈피해야 = IEA에 따르면 2010년 기준 1차 에너지원별 세계 소비비중은 석유가 32.3%로 가장 많고, 석탄 27.3%, 천연가스 21.4%, 신재생에너지 10.9%, 원자력 5.7%, 수력 2.3% 순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2012년 기준)는 석유비중이 40.1%로 세계 평균보다 높다. 이어 유연탄 26.8%, 천연가스 15.7%, 원자력 12.2%, 무연탄 2.4%, 수력 0.5%를 기록하고 있다. 석유비중은 1994년 63%까지 달했으나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석유소비가 급격하게 줄거나 위축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석유소비의 49%를 석유화학산업(세계 5위)이 차지하는 등 산업용 비중이 57%에 이르기 때문이다. 수송용은 33%이고, 가정·상업용과 발전용은 각각 6%, 2%에 불과하다.

이런 점을 감안할 경우 한국은 원유도입선의 다변화가 우선 추진과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중동 원유 의존도는 2013년 기준 86%에 달한다. 사우디가 32%로 가장 높고, 쿠웨이트 15%, 아랍에미리트(UAE) 12%, 이라크 10%, 카타르 9%, 이란 6% 등이다.

중동정세의 불안과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이 대립하는 페르시아만~인도양~말래카해협~남중국해를 거쳐 들어오는 한국의 석유수송로를 감안하면 원유도입 다변화는 더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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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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