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30년 세계 에너지시장을 가다 ⑤ 원자력
일본, 1인당 추가비용 연간 32만원
원전 가동중단에 따른 연료비 급증 … 화석연료 비중 62%에서 88%로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세계 에너지업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찬반논란이 거세졌고, 안전성 기준이 강화됐다. 그럼에도 원전의 급격한 축소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국가에너지기구(IEA)는 '2014 세계 에너지시장 보고서'에서 2035년 원자력발전이 현재보다 6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전성 규제로 원전 건설속도가 느려지긴 했지만 중국(세계 증가의 50%), 한국, 인도, 러시아 등이 증가세를 견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IEA는 비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원자력 수요 비중이 현재 20% 이하에서 2035년 4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LNG 발전비중 29%에서 43% = 공통된 관심사 중 하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당사자인 일본은 현재 어떤 에너지정책을 추진하고 있을까'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원전의 전면 가동중단(2012년 전체 50기 중 2기만 운영, 2013년 원전 제로)과 이로 인한 화력발전의 대규모 증가다.
일본 전기사업연합회에 따르면 후쿠시마 사고 전인 2010년 일본의 발전구성비 중 원자력 비중은 28.6%에 달했다. 이와 함께 액화천연가스(LNG) 29.3%, 석탄 25.0%, 수력 8.5%, 석유 7.5%, 신에너지 1.1% 등이었다.
하지만 사고 후인 2012년에는 원전비중이 1.7%로 급감했고, LNG가 42.5%로 급증했다. 석탄발전은 27.5%, 석유는 18.3%로 뛰었다. 수력 비중은 비슷했으며, 태양광·풍력 등 신에너지는 1.6%로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2010년에서 2012년 사이 LNG, 석탄, 석유 등 화력발전 비중이 61.8%에서 88.3%로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LNG 수입이 크게 늘었다. 일본의 LNG 수입규모는 2010년 7000만톤에서 2012년 8600만톤으로 증가했고, 2013년에는 9000만톤이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LNG 수입량의 30%가 원전 가동 중단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2013년 연간 LNG 도입규모는 3700만톤 수준이다.
◆전력요금도 잇따라 상승 = 또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소는 2013년 원전가동이 중단됨에 따라 추가적으로 필요한 연료비가 3조8000억엔(40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하루 100억엔(1050억원)이 넘는 규모로, 국민 1인당 연간 3만엔(31만5000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 셈이다.
이는 고스란히 무역적자로 이어졌다. 코트라 도쿄무역관에 따르면 일본의 무역수지는 2010년 6억9400만엔 흑자에서 2012년과 2013년 각각 6억9400만엔, 11억4800만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추가 연료비 부담은 결국 전력회사의 가격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동경전력, 관서전력, 구주전력은 가격인상을 단행했고, 북해도전력과 동북전력 등은 요금인상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일본으로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공약도 곤혹스럽다. 일본은 UN총회에서 2020년 온난화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5% 감소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2010년에 1990년 대비 오히려 20% 이상 증가했다. 따라서 2020년까지 45% 감소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으로 나뉜 국가별 원전 정책 = 이 외 원전을 이용하던 국가들은 극단적으로 나뉘는 분위기다.
한국을 비롯 미국 중국 인도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은 원전정책 계속 유지 국가다. 한국은 올 초 발표한 '2차 에너지기본계획(2014년~2035년)에서 원전의 발전비중을 29%(설비 기준)로 정했다.
미국은 34년 만에 원전 건설을 재개했고, 중국도 신규 원전을 승인해 현재 26기가 건설 중이다. 인도는 2050년까지 원전비중을 현재 3%에서 25%로 늘리고, 러시아도 2030년까지 원전 발전비중을 25~3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프랑스는 원전 건설계획을 고수하곤 있지만 올랑드 대통령의 공약이 원전 발전비중을 75%에서 50%까지 축소한다는 것이어서 향후 추진과정이 주목된다.
폴란드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집트 카자흐스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도 원전 건설을 추진 중에 있다.
반면 독일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는 탈원전 또는 원전 축소정책 추진 국가다. 독일은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의 가동중지를 선언했고, 벨기에와 스위스도 각각 2025년, 2034년까지 가동 중인 원전을 모두 세운다.
이탈리아는 국민투표 결과 원전 재개계획을 폐기했고, 태국 필리핀 브라질은 신규 원전 도입 프로그램을 취소했다.
◆"1가지 에너지 의존말고, 다양성 갖춰야" = 이처럼 어떤 에너지정책을 추진할 것이냐, 어떤 에너지원의 비중을 높게 가지고 갈 것이냐는 그 국가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에너지자원을 얼마나 보유했느냐, 제조업의 성장속도가 어느 정도 수준이냐, 국민소득이 연료비 상승을 감안할 수준이냐, 안전을 담보할 기술력을 갖췄느냐가 기준이 될 것이다.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소의 토이치 츠토우씨는 "한 가지 에너지에 너무 극단적으로 의존하면 공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매우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에너지의 다양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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