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세상을 바꾼다│② 농수산업

"양식장에 센서네트워크, 폐사 걱정 없어요"

2014-09-01 00:00:01 게재

SK텔, 장어양식에 사물인터넷 접목

스마트폰으로 수조상태 실시간 확인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인체정보까지 네트워크로 연결돼 정보가 모여지고, 통제되는 세상이다. 산업계 각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물인터넷 확산에 따른 변화를 사례로 살펴본다.

SK텔레콤은 최근 전라북도 고창군 소재 장어 양식장에 사물인터넷 기반 '양식장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스템 검증을 위한 시범서비스에 들어갔다. 사진 SK텔레콤 제공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 상포마을에서 장어양식을 하는 정준호(44) 삼양수산 사장은 최근 예전보다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치어(새끼 장어) 가격이 지난해 보다 내린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절반 이하로 확 줄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이 키우는 장어는 양식하기가 까다로운 어종이다. 온도, 산성도, 산소농도 등을 일정한 수준으로 맞춰주지 못하면 폐사하기 일쑤다. 심지어는 사람이 걸으면서 내는 진동에도 스트레스를 받아 생육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정 사장을 비롯한 양식장 직원들은 수시로 장어가 크는 수조를 돌아다니며 산소농도와 온도 등을 일일이 점검해야 했다. 야간에도 불침번을 서면서 점검작업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한해에 몇 번은 관리부실로 인해 장어들이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로 인한 손해가 한해에 1억~2억원에 달했다. 장어가격이 워낙 비싼데다 양식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정 사장과 직원들은 장어 폐사걱정에서 해방됐다. 하루종일 양식장에 붙잡혀 있어야 하는 구속에서도 벗어났다.

이제는 먹이를 줄 때와 출하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사무실에서 컴퓨터 화면으로 수조상태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양식장에서 수백킬로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스마트폰 앱만 열면 양식장 상태가 한 눈에 들어온다. 문제가 있을 때는 스마트폰이 자동으로 경고메시지를 띄워 알려준다.

삼양수산에 이런 변화가 생긴 것은 양식장 관리에 사물인터넷 기술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ICT 서비스 플랫폼 업체인 비디와 손잡고 삼양수산 양식장에 사물인터넷(IoT) 기술 기반 양식장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각 수조에 설치된 센서가 실시간으로 수온, 산소량, 수질을 측정, 측정값이 모여지는 게이트웨이를 거쳐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서버로 보내면 이 서버가 데이터를 분석해 양식장 관리자의 PC와 스마트폰 등으로 분석 결과를 보내는 구조다.

이 때문에 양식장 관리자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수조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준호 삼양수산 사장은 "사물인터넷 기반 관리시스템 도입으로 일하는 부담이 확 줄었다"며 "폐사가능성이 줄어든 것을 포함해 경제적인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특히 수조별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 새로운 근거리 무선통신기술인 스마트 유틸리티 네트워크(SUN) 기술을 활용했다. SUN은 간섭현상이 낮은데다 커버리지가 1㎞에 달해 규모가 큰 곳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이다.

SK텔레콤은 이 양식장 관리시스템을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 초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국내 양식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장어 양식장은 450여곳. 장어 외에 연어, 쏘가리 등 고부가가치 어종을 키우는 양식장은 4500여곳에 달한다.

최진성 SK텔레콤 ICT 기술원장은 "ICT 기술이 전통산업과 만나면 경쟁력 있는 미래산업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면서 "SK텔레콤은 ICT노믹스 구현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연재 : 사물인터넷, 세상을 바꾼다]
- ① 에너지 분야 | IT기술로 새는 에너지 잡는다
- ② 농수산업 | "양식장에 센서네트워크, 폐사 걱정 없어요"
- ③서울이동통신 | 한물간 삐삐망으로 원격검침 사업 개척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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