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중소업체, 1억 허난성 유통시장 평정

2014-09-22 13:25:38 게재

중국에서 고전하는 한국 유통업체에 시사점 … "선택과 집중, 한 우물을 파라"

타이완의 작은 유통업체가 인구 1억명이 넘는 허난성 유통업계를 평정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유통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1997년 허난성 정저우에 백화점 1호점을 개점한 데니스(DENNIS)는 허난성에만 백화점 16개, 대형마트 44개, 편의점 118개를 운영하는 최대 유통채널로 부상했다. 2012년 매출은 134억위안(한화 약 2조2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데니스는 허난성의 주요 상권이면 어디에나 입점해 있다. 허난성내 백화점 점포 점유율은 2012년 기준 42%나 되고 대형마트 44.2%, 편의점 35%를 차지하고 있어 인지도가 가장 높다.



데니스 런민루(人民路)점에는 샤넬, 구찌 등 수십개의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총집결해 있다. 루이비통 런민루 매장은 단일 점포 기준으로 중국내 3위에 올랐다. 데니스 런민루점은 지난 2009년 매출액 24억위안(한화 약 4000억원)으로 단일점포 기준 매출 순위 전국 10위 안에 오르기도 했다.

타이완 업체지만 폐쇄적이지 않고 국제행사 등 적극적인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 상품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한국산 화장품, 조미료, 라면, 과자, 차, 주류, 생활용품 등이 판매되고 있다.

데니스는 특정 지역에 특정 점포와 상품 등을 선택해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 개척 초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사업 역량의 '선택과 집중'이 성공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허난성이 중부내륙 신흥시장으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갖고 장기적인 전략 아래 한 우물을 팠다. 차이잉더(蔡英德) 사장은 중국 전국으로 진출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아직까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허난성은 인구가 1억명이 넘어 웬만한 국가보다 크다. 1%의 고객만 확보해도 100만명을 얻을 수 있는 거대한 시장이 될 수 있다.
 

정저우 데니스백화점

데니스는 정저우를 기점으로 허난성 내에 중점을 두고 백화점에서 시작해 대형마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마트에 집중하며 자체 가공공장과 24시간 유통이 가능한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한 가지는 소비자의 충성도를 이끌어낼 고급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내륙지역은 과시욕이 높고 계층문화가 형성돼 상류층 타깃 마케팅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데니스는 2015년까지 31개의 백화점과 94개의 대형마트, 300여개의 편의점 개점과 400억위안의 영업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데니스의 모기업인 동위(東裕)그룹이 중국 진출을 추진할 당시인 1995년도에 타이완 기업 순위 312위에 불과했었다는 사실은 우리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유통업체들은 경쟁업체 및 기업들이 이미 점령한 연해지역에 가서 경쟁력도 갖추지 못한 채 좌절을 맛보았다.

데니스와 같은 시기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는 1997년 중국에 진출했지만 적자가 누적돼 현지법인이 자본잠식에 빠졌다. 한때 27개였던 점포는 16개로 줄었다. 지난해 이마트 중국법인 5개사의 매출은 전년대비 4.6% 줄어든 4360억원에 그쳤고 순손실은 530억원에 달했다. 2012년 61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손실폭은 다소 줄었다.

중국에 107개 점포를 운영 중인 롯데마트는 신규점포 출점과 동시에 매출부진 점포 정리 작업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롯데마트 44개 중국법인은 지난해 166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손실규모가 2012년(555억원)에 비해 3배나 늘었다. 이처럼 국내 굴지의 유통대기업들이 중국에서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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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허난성 정저우 =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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