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한중관계는 아무 일 없는 걸까?

2014-09-22 11:39:01 게재

중국 베이징이나 지방을 취재해보면 한중 관계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양국 정상외교에 이은 한류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높아졌으며 이는 한국 화장품 등 일부 상품에 대한 폭발적인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그 원인을 몇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는 중국의 일본에 대한 견제 의식과 일본으로부터 한국을 견인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2010년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에 올라선 뒤 시진핑 집권 이후 부강한 중국과 'G1'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여기서 일본은 반드시 넘어서야 할 숙명적인 존재이다. 중국은 120년 전 청일전쟁에서 일본에 패배하면서 수천년 동안 누려오던 동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빼앗겼다. 미국과 태평양을 반분하기 위해 일본을 제압하는 것이 선결과제가 됐다.

한국과 연합해 일본을 제압한다는 '연한제일(聯韓制日)'은 한중 역사공조로 나타나고, 시진핑 주석이 서울대 강연에서 임진왜란의 사례까지 거론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둘째는 한중 양국이 이명박 정부 시절 불편했던 관계는 양국 모두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셋째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개인적인 친분이 양국 관계에 '플러스알파'의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한중관계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가? 최근 베이징에서 적지 않은 외교 채널을 만나본 느낌은 좀 다르다. 초기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 제안을 대부분 수용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불만이 내재해 있고 조금씩 표출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7월 3일 서울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사일방어체제(MD)와 관련 '신중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MD의 핵심 무기체계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현실화되는 듯 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미연합 군사훈련 자제와 남북관계 개선을 강하게 주문했지만 남북관계는 제자리 걸음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D) 설립에 대해서도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일방통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일들이 누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변화에 우리 외교 당국은 매우 둔감해 보인다.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숨막히는 분위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모든 사람이 일방적인 얘기를 하는 조직은 판단 착오를 범할 수 있다. 북핵문제나 남북관계에 대해 직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력군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어야 한다.

중국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기조와 함께 외교부 내에서 '차이나스쿨'이 뜬다는 얘기는 1년 만에 옛말이 돼버렸다. 청와대나 외교부에 차이나스쿨이 떠난 자리에 북미 라인인 '워싱턴스쿨'이나 일본 라인인 '재팬스쿨' 일색으로 채워졌다. 향후 인사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중국시장 지도를 다시 그린다│17 중국의 중심 허난성(河南省) 정저우(鄭州)] 식량 창고에서 물류·전자상거래 중심지로 대변신
-대만 중소업체, 1억 허난성 유통시장 평정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김기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