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 지도를 다시 그린다 19│ 온라인쇼핑의 중심 화동지역

"중국 온라인쇼핑 생태계,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앞서"

2014-10-28 13:02:54 게재

"중국 온라인쇼핑 생태계는 한국에 비해 모든 면에서 선진국이다."

상하이에서 온라인쇼핑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송종선 부사장의 지적이다. 그는 KT그룹에서 온라인쇼핑 업무를 담당하는 등 18년 동안 한국 온라인쇼핑의 역사를 지켜봤다. 5년 전 상하이로 건너와 중국 전자상거래 전문기업 제보스(杰薄斯)에서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天猫)에 한국관 운영, 쇼핑몰 운영, 브랜드 운영대행 사업을 총괄하면서 중국 온라인쇼핑의 발전을 지켜봤다.

중국 온라인쇼핑은 마치 압축 성장을 통해 TV시대에서 비디오시대를 건너뛰어 곧장 DVD시대로 진입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주상하이총영사관 이강국 부총영사는 이를 유선전화를 건너뛰어 곧장 무선전화시대로 진입한 것에 비유한다.


◆공급자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 송 부사장은 "중국 온라인 시장의 성공을 이끌어온 알리바바 산하 온라인쇼핑몰 톈마오와 타오바오(淘寶), 징둥상청(京東商城), 쑤닝닷컴 등 대형 쇼핑몰들이 철저히 고객의 입장에서 사업을 진행해 왔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소비자가 온라인쇼핑몰에서 각기 다른 제품 5개를 구매할 경우 택배박스 5개가 배송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모두 쇼핑몰과 거래하는 5개 업체(밴더)에서 소비자에게 각각 배달한 것이다. 물론 5개의 배달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상품이 품절인 경우도 많이 발생하며, 품절 통보 속도도 그렇게 빠르지 않다. 주문한 지 2~3일이 지나 상품을 받을 때 쯤이라고 생각할 무렵, 품절 통보 전화가 오기도 한다. 반품도 소비자가 거래 업체에 보내야 한다.

쇼핑몰은 거래 업체와 소비자에게 창고비, 물류비, 재고부담을 떠넘긴 채 중간에서 '손발에 흙 묻히는 일' 없이 이윤을 챙기고 있다. 공급자 중심의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처럼 중국 온라인쇼핑에 뛰어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중국은 온라인쇼핑업체가 창고비, 물류비, 재고부담을 떠안는다. 경쟁력의 관건은 신속한 물류창고 시스템이다. 물류창고에 얼마나 많은 제품을 쌓아 놓고 즉시 배송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골라 결제하면 바로 배송 정보가 뜬다. 각기 다른 제품 5개를 구매해도 한꺼번에 배달되니 배송비 부담은 줄어든다.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재고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나중에 품절 사실을 알리면 반칙이다. 상품 대금 30%(최대 500위안)를 보상해줘야 한다. 2~3일 후에 아무렇지도 않게 품절 사실을 알리는 인터넷쇼핑몰은 퇴출될 수밖에 없다.


송 부사장이 운영하는 기업도 창고에 50만개가 넘는 재고를 쌓아두고 있다.

중국 최대 홈쇼핑 기업인 동방CJ도 온라인쇼핑 시장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정보공개와 무한경쟁으로 날마다 진화 = 중국 온라인쇼핑에는 한국에 없는 시스템이 수두룩하다. 중국의 면적이 거대하지만 오늘 주문하면 오후나 다음날 배송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등 대도시에서 오전 10시에 주문하면 오후 3시쯤 배송되기도 한다.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공급자를 선택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상품에 대한 평가 시스템도 객관적이고 투명하다. 티몰에서 매달 4000만위안(80억원) 가량 판매하다 특별한 이벤트를 벌이면 하루에 2억위안(400억원) 가량 판매하는 한 의류업체 상품에 댓글이나 사용자 후기가 몇 백만개씩 붙는다. 이런 경우 알바생을 동원한 인위적인 '시장조성'이 불가능하다. 인터넷쇼핑몰에 입점한 업체에 대한 누적 평가도 계속된다. 한 업체가 같은 업종의 타 업체에 비해 환불 속도가 어떤지, 고소당한 횟수나 비율이 고객에게 노출된다.

'오늘만 이 가격' 등 사기성 세일로 고객을 현혹하는 일도 쉽지 않다. 특정 고객 정보를 누르면 최근 30일간 몇 월 며칠 몇 시에 구매한 가격 정보를 모두 볼 수 있다.

심지어 타오바오는 자사의 매출관련 데이터를 판매한다. 70만원(3600위안) 정도면 타오바오 사이트에서 판매된 색조 화장품의 브랜드별 매출액이나 키워드별 구매 전환율, 구매자의 성별 지역별 구분이나 객단가, 최근 불티나게 팔린 상품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구매해서 볼수 있는 카테고리가 세분되어 있어 비용 부담만 감수하면 다양한 카테고리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타오바오에 입점한 회사별 매출도 파악할 수 있다. 서로가 매출을 속일 수가 없다. 모든 것을 공개한 상태에서 그야말로 피 튀기는 무한경쟁이 벌어어지고 있다.

신규 진입자도 타오바오에서 관련 데이터를 구입해 분석하고 연구하면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준비 안 된 한국 기업들 =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이 너무 모르고 중국 시장에 뛰어든다고 입을 모은다.

티몰에 화장품 코너를 운영하려면 중국에 상표를 출원한 뒤 3년이 지나야 하고 법인 설립 후 3년이 돼야 가능하다. 중국에 관심이 많은 것 같지만 이런 구체적인 사실에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역설적이다.

자사 제품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중국 소비자가 왜 사야 하는지, 인지도는 얼마나 되는지, 중국어 명칭을 무엇을 써야 하는지 모른다. 스타벅스를 애용하는 중국인은 영어로 된 STARBUCKS로 보고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중국식 표현인 싱바커(星巴克)라고 부르는 데에 더 익숙하다.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리퍼블릭도 의미를 살려 '자연낙원'인 쯔란러위엔(自然樂園)이라는 중국어 브랜드 이름으로 소통한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시장을 상대로 소재거리를 만들어 꾸준한 마케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조건이 맞는다면 낼 수 있다. 하지만 매년 인상되는 임대료 부담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마케팅이나 인터넷쇼핑몰을 직접 운영하기 힘들 경우 대행업체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직영하려면 온라인 운영 인력을 전문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최근 YG엔터테인먼트는 대행업체를 통해 티몰에 'YG E숍' 온라인 스토어를 개설해 음반 및 MD상품 판매에 나섰다. 유니클로, 나이키, 니베아 등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나 베이직하우스, 아모레퍼시픽, 엘지생활건강 등의 주요 중국 진출브랜드들 상당수도 대행업체가 운영 중이다.

티몰은 운영을 대행해 주는 TP(타오바오파트너)를 심사해 공개하고 있다. TP 정보를 검색해보면 그 운영대행사가 어떤 브랜드를 대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상품에 대한 인지도 과대해석 = 중국 시장에서 한국 상품에 대한 인지도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만큼 높지 않다. 입장의 차이가 분명하다. 한국분유가 중국에서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고 하지만 인터넷쇼핑몰에서 국가별 순위를 보면 7위 정도에 머물고 있다. 뉴질랜드, 영국, 호주산 등을 더 선호한다.

중국은 세계 기업의 각축장이다.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수많은 고급 브랜드가 중국에는 있다. 중국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들 명품 브랜드가 우선순위이다. 한국 제품을 소비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지 않을 수 없지만 중국 소비자 입장에서 반드시 한국 상품을 구입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

인터넷쇼핑몰에서 한국이 가장 강점을 갖는 분야는 패션의류, 화장품 등이며 아동용품도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한국 상품 군이 너무 적다. 이 때문에 최근 코트라 상하이무역관 등은 우리 기업의 중국 온라인쇼핑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민호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장은 "티몰, 이하오디엔(1號點), 징동상청 등 주력 온라인쇼핑몰에 한국 업체를 효과적으로 입점시켜 활성화 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유선 차장은 "상하이 자유무역구에 해외직구 서비스(跨境通 콰징통)가 지난해 12월 정식 출범해 한국에서 관세·인증 부담없이 진출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한국 식품 및 제품 전문 판매점을 운영하는 정한기 '1004마트' 대표도 온라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점포를 확장하기 전부터 온라인쇼핑을 통해 지방 3, 4선 도시까지 영업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홈쇼핑 기업 동방CJ 온라인화 박차 = 중국 최대 홈쇼핑 기업인 동방CJ도 온라인쇼핑 시장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동방CJ는 지난 2004년 온라인쇼핑 시장이 성장하기 전 홈쇼핑 시장을 선도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계속해왔다. 첫해 매출은 180억원 가량이었지만 올해 1조5000억원 가량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년 만에 100배 정도 성장해 2위와 3배 정도 차이가 나는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신정수 동방CJ 부총경리는 "향후 5년이 지나면 매출 비중이 TV 대 모바일이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도 모바일이 비중이 15% 정도 된다.

[관련기사]
- 자유무역시험구에 등록한 은행 '한국은 없다'
- [내일의 눈] 표열리한(表熱裏寒)의 한중관계

상하이=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김기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