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표열리한(表熱裏寒)의 한중관계

2014-10-28 13:25:41 게재
지난 3월에 이어 10월 중국 국경절 연휴 이후 방문한 상하이는 많이 차분해져 있었다.

한인 타운인 홍췐루(虹泉路) 거리에 치킨과 닭강정을 사기 위해 줄지어 선 중국인들도 보이지 않았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 열풍으로 몸살을 앓던 홍췐루도 이제 차분함을 되찾았다. 올해 국경절 연휴(10월 1~7일) 동안 한국 음식점 지도를 들고 찾아온 중국 소비자들로 상가 매출이 많이 올랐다고 했다. 홍췐루가 한국의 인사동처럼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상하이에서 한류는 계속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 등 정치·경제계 인사들의 잇단 방한이 이를 견인하고 있다. 한국과 장기적인 협력 모델을 만들자는 제안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반면 일본에 대한 견제는 매우 구체적이고 집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일본의 제트로(JETRO 일본무역진흥기구) 상하이대표처 직원 비자를 갱신해 주지 않아 26명이었던 직원수가 최근 10여명까지 줄었다고 한다. 외국계 대표처의 규정을 엄격히 적용할 경우 4명까지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잣대를 다른 국가 대표처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느냐 여부이다.

중국 경제수도 상하이에서 한중 관계는 경제나 정치 모두 후끈 달아오른 상태라 할 수 있다.

정치의 도시 베이징은 조금 달랐다. 해경이 발사한 총에 사망한 중국인 어선 선장 사건과 관련해 분위기가 상당히 악화돼 있었다. 방송사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전문가는 "한국 정부가 해경에게 총을 소지하게 한 것이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11년 불법 조업 중인 중국어선을 단속하던 해경특공대원이 중국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뒤 총기를 지급하게 됐다. 당시에도 중국 정부는 해경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말 한마디나 타국의 영해를 침범한 행위에 대해 유감 표명보다 한국정부에 "문명적인 법집행(文明執法)을 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의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심각한 불일치를 목격하게 된다. 과거 우리도 일본에서 불법조업을 많이 했지만 중국 어선처럼 저항하지 않고 잡히면 재판받고 벌금내고 나왔다.

지난 21일 방한한 탕자쉬안 전 국무위원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최측근 외교 책사인 야치 쇼타로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국장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전에서도 현재의 한중-한일 관계의 온도차가 그대로 드러났다. 상하이에서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은 오는 11월 초 베이징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 정상회의 때 재연될 것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통해 역대 최고의 한중관계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잠복한 현안이 많다. 최근 MD의 핵심 무기체계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가 현실화되는 듯 한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 학계와 정부 인사들이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한중관계는 표열리한(表熱裏寒)에 비유할 수 있다. 겉(表)은 뜨겁지만(熱) 안(裏)은 차가운(寒)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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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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