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규정 '애매', 요양병원 정체성도 '모호'
의료법과 시행규칙 충돌
병원-시설 경쟁 부추겨

우리나라 요양병원에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요양을 하는 '이용객'이 혼재되어 있다.
요양병원은 일반 병원인 '급성기 의료기관'과 장기요양시설 사이에 위치한다. 급성과 만성 사이(아급성기)에 있는 질환 치료를 통해 환자를 생활의 터전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기관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장기요양 입소자를 환자로 끌어들이는 데 치중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법률적 모호성 때문이다.

요양병원에 대해 의료법과 의료법 시행규칙 간에 일관되지 않는 규정을 담고 있다. 의료법 3조2항에서는 '(요양병원은) 장기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 설치한 병상을 갖춘 병원'이라고 규정돼 있다.
그런데 시행규칙 제36조에서는 '요양병원의 입원 대상은 주로 요양이 필요한 자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시행규칙으로 병원에 요양을 주목적으로 입원하는 경우를 열어 놓은 것이다.
하지만 2008년 7월 장기요양보험법이 시행되면서 의료기관은 요양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의료법 상 요양병원 규정을 정비하지 않아 병원과 시설이 요양 서비스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현행 요양병원의 환자분류군 세부내용에 '신체기능저하군'이 있다. 복지부는 신체기능저하군을 정의하면서 '의료최고도-의료경도에 해당하지 않거나 입원치료보다 요양시설이나 외래진료를 받는 것이 적합한 환자'라고 명시했다. 요양병원에 입원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도 요양병원 환자군으로 분류해 놓은 것이다.
요양병원이 병원인지 요양원인지 모호한 상황은 실증자료 분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송현종 상지대 의료경영학과교수의 '노인의료관리 효율화를 위한 요양병원 기능 정립방안' 논문에 따르면, 617개 연구대상 요양병원 중 9.1%는 재활치료와 내과질환치료 중심의 요양병원으로 분류가 가능하고, 19.4%는 치매치료 중심 요양병원, 20.6%는 내과질환 중심 요양병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42.3%는 어떠한 치료를 중심으로 하는지 분류가 불가능했다.
[관련기사]
- [노령화시대, 거꾸로 가는 노인요양│② 요양병원 의료기능 취약] 이름은 '병원', 실제는 '요양원'인 곳 많다
- 불법 요양병원 '퇴출방법이 없다'
- [우수 요양기관 탐방│경희늘푸른노인전문병원] "의료인력 강화, 요양병원 신뢰받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