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성장경로 이탈한 한국경제

3% 성장도 위태롭다 … 수출경제 한계

2015-04-08 10:59:19 게재

'2%대 성장, 0%대 물가' 시대 오나 … 한은, 4번째 성장률 하향조정 예고

한국은행은 9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3% 성장률 턱걸이'는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2%대 성장률, 0%대 물가상승률 시대' 개막이 우려된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만약 2%대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심리적 충격이 예상된다. 특별한 위기가 없던 해에 2%대로 성장률이 하락한 적은 경제개발이 시작된 이래 없기 때문이다. 3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전망해 온) 성장경로에서 벗어났다"던 이주열 한은 총재의 언급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이유다.

우리 경제의 성장경로가 뒤틀리고 있는 요인 중 하나는 '수출형 경제'의 한계가 드러난 점이다. 외풍이 있을 때 환율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수출이 부진해지는 것이 기존의 시나리오였다면 이번엔 달랐다. 큰 외풍은 없었지만 ICT산업 등 특정부문의 부진이 걸림돌이 됐다.

중국시장 내 경쟁심화로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은 전년 대비 32.0% 줄어들었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및 스마트폰 제조업을 포함하는 정보통신산업은 총수출에서 큰 비중(27.4%)을 차지하는데 지난해 수출증가율이 1.7%에 그쳤다. 이는 전년 증가율(8.8%)에서 1/5토막 난 것이다.

중국경제가 '중속 성장'으로 갈아탄 점도 위협이 되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2009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결국 지난해 성장률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5.5%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28.6%) 이후 가장 낮았다.

우리 경제의 경로 이탈 가능성은 0%대 분기성장률이 상시화되고 있는 데에서도 감지된다.

2010년 6.5%라는 깜짝성장을 한 후 유럽재정위기와 함께 다시 침체기에 들어선 2011년 이후부터 0%대 분기 성장률이 자주 나타났다.

2011년 이후 4년(16분기)간 1%대 성장률을 낸 분기는 단 3개 분기에 불과했다. 나머지 13분기는 0%대에 머물렀다.

그나마 간신히 1%대 분기성장률을 회복한 시기는 정부가 나섰을 때였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총력전을 벌인 2013년 2분기, 재정조기집행의 수혜를 받은 2014년 1분기에 각각 1.0%, 1.1%를 간신히 기록했다. 이는 정부의 재정투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구조적인 개혁 없이 정부의 재정투입 만으로 성장경로를 유지하려 하면 정부부채가 누적될 뿐 아니라, 지난 4분기에 경험했듯 재정절벽 때문에 예상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해 다음 연도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치는 왜곡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위기 직후에는 언제나 V자 반등을 이루는 다이나믹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전례없는 저성장을 보이고 있고 이는 기존에 겪어보지 못한 일이어서 어디 참고할 사례도 없는 난감한 상황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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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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