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한국수력원자력 공동기획 | 캡틴-씽크 세이프티 캠페인
"스스로, 재미있게! 학교 안전의 변화가 시작되다"
세월호 참사는 학교 현장 안전교육의 획기적 전환점이 되었을까. '세월호 이전'으로 완전히 회귀했다는 비판부터 학교 수업을 통한 안전교육 의무화 등 나름의 성과가 나오고 있는 중이라는 기대까지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어떤 평가에 동의하든 가장 중요한 건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등 학교 주체들 스스로의 인식과 행동의 변화다.
캡틴-씽크세이프티(CAPteen-ThinkSafety) 캠페인은 10대 청소년들에게 안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시작한 자전거 안전모 착용 캠페인.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고 안전에 관심이 많은 중학생들로 선발된 캡틴 대원들은 지난 4월 14일 발대식을 기점으로 5개월 동안 열심히 활동해 왔다. 활동기간동안 이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캡틴 소속 학교별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통한 '자전거 안전모 착용률 50%이상 만들기'. 과연 그들은 성공했을까. 우수 캡틴 대원 세 팀의 좌충우돌 미션 수행기.
■캡틴-씽크 세이프티(CapTeen-ThinkSafety) 캠페인 = 캡틴(CAPteen)은 모자를 뜻하는 캡(CAP)과 10대인 중학생들을 의미하는 틴에이저(teenager)를 합친 말. 안전을 위한 대장, 리더가 되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 23개 중학교, 총 83명의 캡틴 대원들이 소속 학교 학생들의 자전거 안전모 착용률을 높이는 미션 달성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우수 캡틴 대원 세 팀이 말하는 자전거 안전모 착용률 50% 만들기
친구들과 함께한 단편드라마 UCC&플래시몹 포에스(일신여중3)
"선생님이 나서니 아이들도 관심 가져"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제 스스로 안전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어요. 이후 기회가 된다면 친구들과 꼭 안전을 위한 활동을 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학교에 캡틴 대원 모집 공고가 나서 바로 신청했죠."
포에스(4S)팀 이유진 팀장의 설명이다. 포에스는 안전한 학교와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로 'Safe School, Safe Society'의 머리글자에서 네 개의 에스를 따 붙인 이름. 캠페인에 뜻을 함께한 친구들과 팀을 꾸리고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자전거 통학생 조사. 하지만 여학교라는 특성상 자전거로 통학하는 학생이 드물었다. 치마를 입은 채 자전거를 이용해 등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대신 자전거 통학생이 많은 이웃 가락중학교에 가서 안전모 착용 여부와 쓰지 않는 이유 등을 진단했다. 조사 결과 안전모를 쓰고 통학하는 학생은 거의 없을 정도로 안전에 대한 인식이 아주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원들은 안전의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단편드라마와 UCC, 플래시몹 등 홍보물 제작부터 시작했다.
이 중 가장 힘들었던 활동은 50명의 아이들이 참여해 이뤄내야 했던 단체 플래시몹. 지원 받은 활동비로 아이스크림까지 약속하고 어렵게 섭외한 아이들이 막상 당일 날이 되자 참여율이 저조했던 것.
"미션 수행이 실패했다는 생각에 실망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다시 해보자며 저희들을 찾아왔어요.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지 그 날의 감동은 정말 잊을 수가 없었죠."
대원들은 지지해 준 친구들을 보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전한다.
포에스팀 UCC나 플래시몹에는 유독 교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유가 뭘까.
"저희들끼리 세 번에 걸쳐 피켓팅을 했는데 또래여서 그런지 별로 아이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캠페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영상물에 선생님을 등장시켰죠." 대원들의 생각은 적중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교사의 안전모 착용 모습을 본 친구들이 조금씩 관심을 갖고 대원들을 대하기 시작한 것.
홍보영상에 등장해 아이들과 안전모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인 이우현 교사는 "직접 안무를 짜와 제게 가르쳐 줄 정도로 아이들이 워낙 열심히 했어요. 그 모습을 보며 교사로서 해줄 수 있는 건 영상에 참여하는 것 뿐이였죠. 일단 자전거로 통학하는 교사들 대다수가 안전모를 쓰기 시작했으니까 이만하면 우리 아이들이 미션 50% 성공한 것 아닌가요. 하하."
이젠 복도에서 캡틴 대원들을 만나면 교사들이 먼저 "씽크 세이프티(Think Safety)!"를 외쳐줄 정도.
대원들은 친구들의 안전모 착용이 실천으로 이어질 때까지 캠페인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자전거 안전모 모델 선발대회 그리스헬멧신화(역삼중2)
"안전은 멋! 내가 짱이야"
"너희들 토너먼트 방식 알지? 먼저 두 명이 한 조야. 그 중에서 이긴 아이끼리 겨루어 나중에 최종적으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세 명을 뽑을 거야. 얘들이 최고 멋진 우리 반 자전거 안전모 모델이 되는 거야." "1등 하면 상품이 뭐야?" "만 원짜리 문화상품권. 1등은 세 장, 2등은 두 장. 3등은 한 장." "와~나 할래." 아이들이 술렁이며 손을 들었다.
모델에 지원한 아이들이 안전모를 쓰고 각자 가장 멋진 포즈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쟤 좀 봐. 와 대박~머리가 너무 커서 안 들어가."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졌다. "도완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거수투표를 진행하는 대원들의 목소리는 사뭇 진지했지만 참여한 아이들의 얼굴엔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1등 백서윤, 2등 손승민, 3등 하태제" 최종적으로 세 명의 이름이 불리자, 일제히 아이들이 박수를 치며 일어섰다. 백서윤 군은 "막상 모델이 돼 보니 의외로 안전모가 멋있고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에게 안전모가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지난 3일 오전 8시 30분 역삼중학교. 여느 때 같으면 조용히 책을 읽을 아침독서시간이지만 캡틴 대원들이 속한 2학년 2반 교실은 아이들의 환호성으로 떠들썩했다.
"저희 학교는 자전거로 통학하는 아이들이 많아 사고도 자주 일어나는 편이죠. 교장선생님도 자전거는 위험하니까 웬만하면 학교에 자전거 타고 오지 말라고 자주 말씀하세요. 이 모든 게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했죠.."
그리스헬멧신화팀 팀장을 맡고 있는 표민석 군은 안전모 착용 캠페인을 통해 친구들도 좀 더 안전하게 자전거를 즐기고 교장 선생님의 걱정도 덜어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대원들은 우선 아이들이 안전모를 쓰지 않는 원인에 집중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안 사실은 안전모를 쓰면 폼(?)이 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반대로 '안전모를 쓰면 멋있다'라는 생각이 들게 해줘야겠다고 결심했죠. 자전거 안전모 모델 선발대회를 계획하게 된 동기입니다."
문제는 한창 자유의지(?)가 강한 중2 친구들을 설득하는 것. 대원들은 활동시간을 내주고 아이들의 참여를 유도한 담임교사의 도움이 없었으면 미션수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아미 교사는 "중학생이어서 하지 못하는 체험활동은 없어요. 다만 천천히 움직이는 편이어서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죠. 믿고 기다려주면 모두 잘 합니다"며 아이들의 활동을 격려했다.
이날 행사를 무사히 마친 대원들의 느낌은 어떨까. "아이들은 자전거모델 선발대회를 하나의 이벤트로 바라보기 때문에 당장 실천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안전모를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새롭게 다가가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만족합니다."
안전 UCC 촬영 보멋안착모(서울사대부중2)
"자전거 제대로 즐기려면 안전모부터"
"저희 학교는 자전거통학을 금하고 있어요. 그래서 주로 주말에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는데, 대다수 아이들은 안전모를 쓰지 않죠. 캡틴 활동을 통해 안전모 없이 타는 자전거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새롭게 알게 됐어요. 이젠 안전모를 쓰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까봐 오히려 불안해요. 자전거를 제대로 즐기려면 안전모부터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멋안착모팀 황정빈 팀장은 캡틴 대원 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배운 게 더 많았다고 전했다. 특히 한강의 자전거 도로를 따라 진행한 라이딩 캠페인에선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기도 했다고.
"저희 팀 이름이 '보호구는 멋있고 안전하므로 착용해야 하는 모자'라는 뜻의 줄임말이죠.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캡틴 대원 자신들도 귀찮거나 불편하다는 이유로 쓰지 않을 때가 있어요. 우리가 먼저 안전을 생각하고 모범을 보이자는 의미에서 팀명을 만들어보았죠."
보멋안착모팀이 주목한 활동내용은 일대일로 아이들을 만나는 것. 주로 주말에 자전거를 타는 친구들을 상대로 안전모 착용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자전거 지식이 너무 짧아서 친구들 앞에 서면 주눅 들기 일쑤였다.
"캡틴 대원으로 활동을 하려면 우선 자전거에 대한 지식이 해박해야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따르잖아요. 근데 저희는 그냥 자전거가 좋아서 활동을 시작한 경우라서 많이 부족했죠. 그럴수록 자전거를 즐기는 친구들을 자주 만나 의견을 나눴어요. 자연스레 자전거에 대한 상식도 늘리고 자신감도 회복했죠."
하지만 안전모 착용률을 높이기 위한 미션수행은 쉽지 않았다. 만나는 시간 약속부터 주제 선정까지 대원들끼리 의견이 서로 엇갈려 갈등하기도 했던 것. 더군다나 대원 셋이서 촬영, 연기, 편집 등을 해내는 일이 생각보다 힘에 부쳤기 때문이다.
"UCC를 제작할 때는 다큐나 예능 프로그램 중 어떤 형식으로 할지도 고민이었어요. 결국 자전거 안전에 관한 지식을 알려주면서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게 TV 프로그램인 '위기탈출 넘버원'처럼 만들기로 했죠. 힘들게 완성한 만큼 저희는 상당히 만족하는데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최근 들어 안전모를 쓴 친구들을 가끔 만날 때면 자신들의 활동이 결실을 맺은 것 같아 뿌듯하다는 캡틴 대원들, 모든 친구들이 다 안전모를 쓰는 그 날까지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고 전했다.
홍혜경 리포터 hkhong@naeil.com
사진 미즈내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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