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한국수력원자력 공동기획 | 캡틴-씽크 세이프티 캠페인] 자전거 안전모 의무화, 한국보다 적극적인 나라 많다

2015-09-16 11:10:48 게재

미국 11개주 16세까지, 호주는 성인 착용 의무화 … 한국은 성인 의무화 법안 3년째 낮잠

해마다 증가하는 자전거 교통사고. 자전거 사망사고를 막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안전모가 꼽힌다.

우리나라는 12세 미만 어린이에 대해서만 법으로 안전모 착용을 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해도 벌칙은 없다.

사망자가 많은 성인층에 대한 안전모 의무화 법안은 3년째 잠자고 있다.

지난 4월 1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던 캠페인 발대식에서 캡틴 안전모에 서명한 주요 기관장들. 왼쪽부터 한국수력원자력 조석 사장,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진영 위원장, 내일신문 장명국 사장, 서울지방경찰청 구은수 청장, 서울시교육청 박백범 부교육감. 사진 이의종


사고 느는데 관련법 개정 제자리 = 도로교통법은 어린이가 도로에서 자전거를 탈 때 인명보호 장구(안전모)를 착용토록 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상 어린이는 12세까지다. UN 아동권리협약(18세 미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13세)보다 적용범위가 좁다.

안전모 착용 의무를 확대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안전행정부가 2013년 말 발표한 '자전거 사고행태 분석을 통한 인프라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자전거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의 헬멧 착용률은 8.9%로 10명 중 1명도 되지 않았다.

가까운 예로 이륜차 사고의 경우도 안전모 착용 시 머리에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24%이하인 반면, 미착용 시 최대 99%로 4배 차이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이와 관련한 법안은 제출됐지만 갈 길이 먼 상태다.

2013년 1월 이재오(새누리) 의원 등 10명은 안전모 착용의무를 성인에게도 적용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논쟁이 일었다.

'전용도로 불법주정차부터 해결하라' '천천히 달리는 시골노인들도 써야 하느냐' '법보다 문화로 풀어야 한다'는 등의 반발이 거셌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도 '입법취지는 타당하나 주요 선진국이 대부분 어린이에게 착용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소극적인 의견을 냈다.

미국 뉴욕주 미착용 아동 부모에 벌금 = 해외 주요 선진국은 어떨까.

행정자치부, 경찰청 등에 따르면 해외 선진국의 경우 안전모 의무화 대상범위가 우리보다 넓고 조치가 적극적인 곳이 적지 않다. 같은 어린이라도 우리나라보다 안전모 의무화 대상이 넓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 조지아 등 19개 주에서 일정 나이 이하의 자전거 운전자에 대해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기준연령은 캘리포니아가 18세로 가장 높고 루이지애나, 펜실베니아가 12세로 가장 적으며 가장 많은 11개 주는 16세로 정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14세 미만이 자전거를 운전하거나 동승할 때 안전모를 써야 한다.

이 때 안전모는 주 정부가 제정한 표준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 1~5세 아동은 안전모와 더불어 안전시트에 태우도록 돼 있다.

이를 어기면 보호자에게 최대 5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뉴욕주는 관할 지역마다 안전모와 관련해 특별규정이 있다.

록랜드 카운티의 경우 연령에 관계없이 자전거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인된 안전모를 착용토록 요구하고 있다.

안전모 착용 의무를 위반한 상태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이에 대한 처리는 주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안전모 사용에 대한 '책임면제(liability exclusion)' 규정이 있다.

책임면제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사고 가·피해 결정이나 피해보상의 근거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자전거 주행을 하다 교통사고를 일으켰을 경우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고 해서 사고 책임이 더 커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사고를 당해 머리를 다쳐도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할 수도 없다.

안전모 착용은 사고로 인한 자신의 피해를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지 사고 유발의 원인은 아니라는 이유다.

호주, 성인도 착용 의무화 =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18세 이하의 모든 자전거 운전자에게 공인된 안전모를 착용토록 하고 있다.

그리고 부모 또는 보호자는 16세 이하의 청소년이 안전모 없이 자전거를 타는 것을 알면서도 허용해서는 안된다. 이를 어기면 6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덴마크는 13세 미만 어린이에 대해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돼 있으며 성인에 대해서는 착용이 권고되고 있다.

영국 도로교통령은 자전거 헬멧과 적절한 복장을 권고하고 있으나 의무사항은 아니다.

자전거 운전자는 규격에 맞는 .자전거용 헬멧을 착용하여야 하고 자전거 주행에 적절한 복장을 착용토록 하고 있다.

자전거 안전모 의무화가 가장 포괄적인 나라는 호주다.

어린이는 물론 성인에 대해서도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돼 있다.

호주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주의 경우 안전모 착용 의무는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에게 적용된다.


한국, 고령자 자전거 사망 최다 = 이들 국가들의 자전거 교통사고 사망자는 어떨까.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전거사고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4.1명으로 OECD 최고다. 반면 호주는 0.8명, 덴마크 0.6명, 미국은 1.5명에 불과하다.

연령대별로는 우리나라가 65세 이상이 10만 명 당 2.8명으로 회원국 최고수준이다.

호주와 미국이 각각 0.2명, 안전모 의무가 없는 영국, 일본도 각각 0.2명, 1.6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안전모 성인 의무화 법안이)다른 법안들에 우선순위가 밀려 아직 처리되지 못하고 있지만 안전모의 효과를 고려하면 훈시적 의미로라도 법이 통과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캡틴-씽크 세이프티(CapTeen-ThinkSafety) 캠페인 = 한국수력원자력과 내일신문이 자전거 안전모 착용과 학교 안전을 위해 함께 기획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캡틴(CAPteen)은 모자를 뜻하는 캡(CAP)과 10대인 중학생들을 의미하는 틴에이저(teenager)를 합친 말. 안전을 위한 대장, 리더가 되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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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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