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한국수력원자력 공동기획 | 캡틴-씽크 세이프티 캠페인] '안전은 뻔한 것' 인식 여전, 구체적인 교육 필요

2015-09-15 11:02:27 게재

정부 제도강화에도 현장 변화는 미미 … 학교 구성원 의지가 가장 중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법령을 정비하는 등 안전교육을 강화했으나 일부 학교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입시중심 교육시스템과 안전교육에 대한 학교 현장의 의지 부족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학교에 안전교육이 본격 도입된 것은 1999년 경기도 화성군 씨랜드청소년수련원 화재사고 이후다. 이 사고로 수련원에 투숙중이던 유치원생 등 23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당했다.

이듬해 정부는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유치원과 학교 등에서 교통안전, 약물 오·남용 예방 및 재난대비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현재는 성폭력·아동학대 예방교육, 실종·유괴 예방교육이 추가되어 5개 분야의 안전교육을 학교별로 실시해야 한다.

◆'교육분야 안전 종합대책' 발표 =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부는 '교육분야 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종합대책에 따라 유아부터 고교단계까지 발달 단계별 체계적 안전교육이 가능하도록 안전교육 7대 표준안이 학교에 보급되어 시행되고 있다.

안전교육 강화 정책의 시행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일부 미흡한 사항을 보완하기 위해 연구학교를 운영, 그 결과는 2017학년도부터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신설려는 '안전생활' 교과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체교원을 대상으로 안전교육 7대 표준안을 적용한 15시간 안전교육 연수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 4월 1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캡틴-씽크 세이프티 캠페인 중학생 활동대원 발대식 장면. 내일신문 자료사진


특히 교육부는 안전교육 시간을 대폭 강화했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학교별로 연간 44시간 이상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부는 여기에 7시간을 더해 연간 51시간씩 안전교육을 하도록 각 시·도교육청에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를 제외하고는 안전과 관련한 교육과정이 따로 편성되지 않아 학교 재량껏 체육과 가정 등 관련 교과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하도록 하고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입시중심의 교육시스템과 학교장을 비롯한 구성원들의 관심 부족으로 강화된 안전교육 시스템이 완벽하게 정착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감사원은 지난 5월 '학교 안전관리(시설·교육)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만878개 초·중·고·특수학교 중 7122개 학교(65.4%)가 2013학년도에 44시간 이상의 안전교육을 실시했다고 관할 시·도교육청에 보고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서 "일부 학교에서는 실제 수업을 진행했는지 확인하지도 않은 채 교육시간을 모두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교육청에 보고했다"며 "안전교육 실시 관련 기록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 않아 통계의 신뢰도가 저하되고 정확한 실태조사를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도권 소재 A초등학교는 총 44시간의 안전교육을 실시했다고 교육청에 지난해 보고했다. 그러나 감사원이 교육일지 등 증빙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학교의 실제 안전교육 이수시간은 23시간이었다. 지방의 B초등학교도 교육청에 같은 44시간의 안전교육을 실시했다고 보고했다. 이 학교의 실제 교육시간은 28시간에 불과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장은 "안전교육 외에도 안보교육, 학교폭력·자살예방교육 등 해야할 교육은 많은데 시간이 부족해 문제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끝내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교사는 "전문기관이나 강사를 활용한 교육은 실시하지 못하고 영상물을 틀어주는 정도에서 마무리했다"며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을 생각도 했지만 초등학생도 아니고 중·고등학교에서 따로 시간을 마련해 안전교육을 실시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안전교육 관련 강사로 활동하는 김 모씨는 "교장이나 담당교사가 의지가 있느냐가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같은 조건인데 학교별로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책임 회피에 급급 = 꼭 필요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학교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자전거 안전교육'이 꼽히고 있다.

국내 자전거 동호인 숫자는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000만명이 넘어서더니 올해는 1200만명을 돌파했다. 통학용이나 레저용으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청소년들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부족한 안전의식 때문에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교통안전공단의 교통안전정보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 사이에 경찰청에 사고로 등록된 자전거 사고 사상자는 2만1528명이었다. 이중 20대 미만 사상자는 5882명(27.3%)에 달했다. 중상 이상 피해를 당한 사상자는 1707명(사망 32명 포함)으로 전체의 29.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저속으로 주행하는 자전거 사고가 중상으로 이어지는 경우 대부분 안전모 착용하지 않은 경우다. 실제로 안전행정부가 2013년 말 발표한 '자전거 사고행태 분석을 통한 인프라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자전거를 타다 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의 헬멧 착용률은 8.9%에 불과했다. 자전거 인구가 늘어난 만큼 안전의식은 높아지지 않은 것이다.

이때문에 정부와 자치단체 등에서도 자전거 안전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학교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학교측은 안전교육에 적극 나서기 보다는 교과 수업에 방해 받지 않으려 형식적인 교육을 실시하거나 사고책임을 피하기 위해 아예 자전거 통학을 금지하는 경우도 많다.

◆안전모 착용 의무화 = 이런 가운데 교사들이 발벗고 나서 안전교육에 나서 화제가 된 학교들도 있다.

인천광역시 남동구 송천고등학교(교장 이광석)는 최근 지역의 한 봉사단체가 기증한 자전거 안전모 230여개를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안전모 전달식을 계기로 학교측은 안전모 착용 의무화를 선언했다.

송천고 교사들은 매일 아침 교문에서 안전모 착용을 지도하고 있다. 안전모을 쓰지 않고 등교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자전거 안전교육을 반복적으로 실시했다. 벌점 등의 방법은 교육적 효과가 낮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학교는 안전모를 잘 쓰는 학생들에 대해 학년 말에 표창장을 주기로 했다.

전교생이 700여명인 송천고는 보관대에 평균 270~280대의 자전거가 거치되어 있다. 하지만 교장과 교사들의 노력 덕분에 안전모 없이 등교하는 학생을 찾아보기 힘들다.

학교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과 학교 화재사고 등을 언론을 통해 접하고 제대로 된 안전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교무회의에서 안전교육 강화의 필요성이 논의되었고, 우선 자전거 안전모 착용부터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캡틴-씽크 세이프티(CapTeen-ThinkSafety) 캠페인 = 한국수력원자력과 내일신문이 자전거 안전모 착용과 학교 안전을 위해 함께 기획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캡틴(CAPteen)은 모자를 뜻하는 캡(CAP)과 10대인 중학생들을 의미하는 틴에이저(teenager)를 합친 말. 안전을 위한 대장, 리더가 되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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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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