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주년 맞은 3·8 세계여성의날

"성평등 가치 실현, 모두를 위한 진보"

2016-03-07 10:36:44 게재

여성단체들, 차별철폐 한목소리 …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 촉구도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는 올해로 32년째 열리고 있지만, 2016년 현실은 어떻습니까. 생명이 경시되고, 자본이 우선시되며, 여성인권도 보장받고 있지 못합니다. 오히려 여성혐오와 소수자에 대한 학대가 확대되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희망을 연결하라'│5일 서울 시청에서 제32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의 슬로건은 '희망을 연결하라-모이자! 행동하자! 바꾸자!'로 올해의 특별상, 성평등에 기여한 '성평등 디딤돌', 성평등 발전을 저해한 '성평등 걸림돌' 시상식도 이뤄졌다.


5일 오후 서울시청과 종로 일대에서 열린 제32회 한국여성대회에서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 상임대표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악천후 속에도 여성대회 참가자 1000여 명이 뿜어내는 열기는 뜨거웠다. 제주도를 비롯해 부산, 전남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여성단체들과 관계자들로 서울시청 대강당은 가득 메워졌다. 빗속 거리 퍼레이드도 연대감으로 함께 치러냈다.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희망을 연결하라, 모이자! 행동하자! 바꾸자!'였다. 여연은 3·8 여성선언을 통해 "지난해 우리는 사회의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페미니즘을 폄하하며 여성과 이주민을 혐오하는 실상을 봤다"며 "성평등 가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사라지고 있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위한 연대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또한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함께 행동할 필요가 있다"며 "성평등 가치가 실현되는 날을 이해 여성에 대한 폭력이 근절될 때까지, 노동개악이 중단될 때까지 전국 곳곳에서 함께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 촉구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다. 여연은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이유를 묻는 부모의 절규조차 헤아리지 못하는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성평등 가치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문자 여연 공동대표는 "여연은 올해 핵심 과제 6가지 중 하나로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를 뽑았다"며 "민주주의와 성평등의 희망을 위해 힘차게 연대하자"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특별상, 성평등 디딤돌, 걸림돌 시상식도 열렸다. 성평등 디딤돌·걸림돌상은 성평등 인식 확산에 도움이 되거나, 방해가 된 이들이나 정책 등에 준다. 특별상은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해 10여년간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KTX 열차 승무지부'가 받았다.

성평등 걸림돌에는 '박근혜 정부의 3대 정책'이 꼽혔다. △성차별을 강화하는 학교성교육 표준안 △여성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쉬운 해고를 가능토록 한 노동정책 △소수자를 차별하고 성평등 인식을 왜곡·후퇴시키는 양성평등정책 등이다. 성평등 디딤돌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 중인 대학생 단체 '평화나비네트워크' △시설 내 장애인 인권보장을 촉구하고, 법인설립 허가 취소를 이끌어 낸 '자림성폭력대책위' △불법 성매매 영업행위를 세상에 드러낸 '여수 유흥업소 여성사망사건 제보 여성 9명' 등이 선정됐다.

"실효성 있는 일·가정 양립, 성주류화 정책 필요" =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도 5일 성명을 내고 성평등 사회 촉구 목소리를 냈다.

여협은 "지난해 여성 고용률 55.7%를 달성하는 등 과거 십수 년간 계속되어온 50%의 한계를 극복한 점은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일·가정 양립 분야에서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정부 정책을 좀 더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협은 또 "성 주류화 정책이 아직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좀 더 실효성 있는 성주류화 정책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2014년 5월 28일 전부 개정된 양성평등기본법 제14조는 성 주류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제1항은 '성 주류화 조치'에 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제정·개정 및 적용·해석, 정책의 기획, 예산 편성 및 집행, 그 밖에 법령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성평등 관점을 통합하는 성 주류화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부처간 여성고용률 제고, 여성일자리 창출, 일·가정 양립, 경력단절 방지 조치 등에서 협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주류화 정책이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여성 참여를 넓히기 위한 것이다.

3·8 세계여성의날 = 1908년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불타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미국 노동자들이 궐기한 날이다. 세계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1975년 유엔에서 매년 3월 8일을 세계여성의날로 지정했다. 1908년 3월 8일 미국의 1만 5000여 여성 노동자들은 뉴욕의 루트커스 광장에 모여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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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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