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 노사정 대타협 파탄 1년 (1)
사회적 대화 없이는 일자리창출 불가능
박근혜정부, 정부의도 관철 위해 노사정위 이용 … 입법화 주력했지만 그나마 무산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저성장, 고령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고착 등으로 미래지향적인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절실한 시기에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1년째 끊겼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우리사회의 노동개혁 과제는 다음 정부로 넘어갔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공식 실업자(101만2000명)에 취업준비생, 고시학원·직업훈련기관 등 학원통학생,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등을 모두 합친 '사실상 실업자'는 453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15세 이상 인구 대비 '사실상 실업' 비중은 지난해 10.5%까지 올랐다. 그만큼 일자리창출과 노동개혁이 시급하다는 반증이다. 더불어 사회적 대화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우리 경제, 사회, 노동시장 상황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며 "청년실업문제 해결 등 노동개혁을 위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꽉 막힌 사회적 대화를 풀어나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15 노사정 합의 '칼날 위의 균형' = 지난해 1월 19일 한국노총은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 탈퇴를 선언했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대타협이후 입법과정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면서 1998년 경제위기 사회협약 이후 17년 만에 사회적 대타협을 이뤘지만, 이 타협은 4개월 만에 깨졌다.
2015년 9월 15일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시장 개혁 관련 최종 조정문'을 확정하고 발표했다.
합의문은 △청년고용의 활성화를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신규채용을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대 간 상생고용지원금을 제공하고 사용자는 고소득 임직원의 임금인상을 자제한다 등이다.<노사정 합의문 요약 참조>
가장 큰 쟁점이 되었던 일반해고 도입은 '근로계약 해지 등의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되 정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 후에 확정한다'고 합의했다. 3대 현안인 통상임금의 현실화, 실근로시간의 단축을 위한 법제도의 정비, 정년연장의 연착륙 프로그램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노사가 충분히 협의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을 것을 명문화했다.
하지만 노사정 합의는 추가협의와 논의를 통해서 합의문을 구체화, 세부화해야 할 내용이 많은 현재 진행형 협약으로 '칼날 위의 균형'이었다.
박 교수는 "노사정 모두 진정성 없이 시작해 합의했고 언제든지 빌미만 생기면 뛰쳐나갈 궁리만 했다"며 "정부 주도로 노사가 마지못해 끌려가다 서명한 절름발이 합의였다"고 평가했다.
◆합의 다음날부터 정부 일방통행 = 이러한 우려는 합의문 발표 다음날부터 시작됐다. 9월 16일 새누리당은 노동계와 상의없이 노동개혁 5대 법안으로 근로기준법, 파견법, 기간제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노사정 합의에서 추후 논의과제로 제기했던 내용이거나 논의되지 않았던 내용까지 포함됐다. 특히 파견법과 기간제법은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게다가 고용노동부는 한국노총 등 노동계가 반대하는 저성과자 일반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완화 등 2대 지침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2015년 12월 30일 고용부는 노동개혁의 핵심내용에 맞지 않는 2대 지침 초안을 전문가 간담회 형식으로 발표했다.
이런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은 결국 한국노총의 9·15 노사정 합의 파기로 이어졌다. 사흘 뒤인 22일 고용부는 2대 지침을 일방적으로 확정·시행했다.
노사정 합의 파탄 직후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2대 지침이 노동개혁의 핵심도 아니고 근로자에게 치명적인 현안도 아닌데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끊겼고 노사정위원장 자리도 지난해 6월 김 위원장의 사퇴 이후 공석이다.
이렇게 된 데 대해 노동계와 학계는 정부의 일방통행이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정부가 정치적, 정략적으로 이용하면서 소중한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훼손했다"며 "노사정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고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 의제를 관철하기 위해 노사정위를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주로 노사관계의 협치를 통해 개혁하기보다는 노조를 몰아붙이는 정부주도형 개혁을 선호했다"며 "정부는 법만 만들면 된다는 생각으로 국민대통합, 세대간 상생차원에서 노동개혁이 왜 필요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근혜정권이 추진한 노동개혁 법안은 노동계와 야당의 반대로 19대 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 노동계 거센 반발, 그리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사실상 물 건너갔다.
['9·15 노사정 대타협 파탄 1년' 연재기사]
▶ ① 사회적 대화 없이는 일자리창출 불가능 2017-01-24
▶ ② 노동시장개편 지름길 '사회적 대화' 2017-01-26
▶ ③ "노동개혁에 새정권 명운을 걸어라" 2017-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