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 노사정 대타협 파탄 1년 ②

노동시장개편 지름길 '사회적 대화'

2017-01-26 10:17:15 게재

저성장·4차 산업혁명으로 노동개혁 불가피 … "경제주체라는 책임의식 있어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지난해 성장률도 2.7%에 불과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나라 경제는 일찍이 경험한 적 없는 저성장·저고용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저성장은 기본적으로 새로 만들 일자리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고용은 더 불안한 상태다. 얼마 안 되는 일자리를 놓고 경제주체 간 다툼이 더 격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노동계 없는 반쪽짜리 노사정위 신년인사회│ 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2017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신년인사회가 노동계 없는 반쪽짜리 행사로 끝났다. 한국노총은 지난해에 이어 불참했고 민주노총은 매년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 고용노동부 제공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시급한데 노사정 경제주체들은 손을 놓고 있다.

1970~80년식 고도성장 불가능 =우리사회의 저출산·고령화는 이미 장기지속 현상으로 자리 잡았고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의 노동시장 퇴장은 본격화됐다. 이런 가운데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악이다. 11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8%로 2015년(9.2%)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데 이어 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업자수도 100만명을 돌파했다. 게다가 '알파고 충격'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혁신이 가속화되면서 4차 산업혁명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와 일자리는 더욱 위협받고 있다.

세계 최장 수준의 근로시간, 낮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은 우리 노동시장의 주요 특징들이다. 기간제, 파견, 단시간 노동자 등 비정규직 문제뿐만 아니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종사자 등 사실상 노동자이지만 형식적으로 노동자가 아닌 '경계의 노동'이 빠르게 늘면서 전통적인 고용노동 법제의 테두리 바깥으로 내몰리고 있다.

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직면한 경제·사회환경 변화와 노동시장 구조에 따른 산업구조 재편과 구조조정 문제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 경제사회시스템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구조·노동시장의 변화는 더 이상 고도성장기인 1970~80년대식 경제·산업정책과 고용노동정책이 통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장 선임연구원은 "개발국가 시대와 같이 정부가 주도권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기엔 우리 경제규모가 너무 커졌고 현 경제사회 문제나 이해관계 구조가 너무나 복합적이고 중층화돼 있다"고 말했다.

2015년 9월 15일 노사정 대타협과 지난해 1월 파기과정을 보면 이미 정부의 한계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정부와 여당은 이른바 노동개혁 5대 개정법안 국회 제출과 2대 지침(저성과자 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완화)을 발표하는데 그쳤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상태에서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추진결과다.

그렇다고 시장(자본)과 노조에 맡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에 익숙한 기업에 맡기는 일도, 조직률 10%밖에 안 되고 초단위 노조(산업별 노조)가 약한 중앙단위 노조(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에 맡기는 것도 방법이 아니다.

노조, 조선업 등 사회적대화 요구 = 개혁을 지연하거나 교착창태를 장기간 지속하면 우리사회가 치러야할 비용증가만 초래할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산업구조 재편과 노동개혁이 늦어질수록 기업경쟁력은 떨어지고 수많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만 커진다는 것이다.

이해 당사자들의 사회적 대화가 어쩌면 유일한 대안일 수 있다. 장 책임연구원은 "노사정 경제사회 주체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각자의 이해관계를 존중하면서 9·15 노사정 합의를 디딤돌로 삼아 다시금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통해 위기극복과 문제해결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노사정이 사회적 대화의 주인공이면서 현재 위기상황에 대한 책임주체라는 깨달음이 전제돼야 한다. 이호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기 때나 정부필요에 의한 임시적 대타협 수단이 아닌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과 상호존중, 공생의 정신 속에서 지속적인 '협치'원칙으로 사회적 대화가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공공·금융부문 성과연봉제'와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정부와 국회에 요청했던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또한 지역 노사민정협의회가 2010년 이후 전국 224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7개 광역시와 기초지자체 130곳 안팎으로 확산된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이 교수는 "사회적 대화를 단기적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으로만 여긴다거나 입법을 앞둔 통과의례가 아닌 진정성 있는 협치로 받아들이는 주체들의 근본적 성찰이 요구된다"며 "이는 전세계가 주목하는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 쌍을 이루는 민주주의의 문제"고 강조했다.

['9·15 노사정 대타협 파탄 1년' 연재기사]
① 사회적 대화 없이는 일자리창출 불가능 2017-01-24
② 노동시장개편 지름길 '사회적 대화' 2017-01-26
③ "노동개혁에 새정권 명운을 걸어라" 2017-01-31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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