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페미니즘교육 의무화해야”
청와대 청원에 21만여명 참여 … “장기 계획 수립돼야”
“페미니즘 교육, 새로운 사유 촉매제” 연구논문 나와
전사회적으로 ‘미투’ 열풍이 거센 가운데 초중고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초중고에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화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에 20만명 이상이 참여해 정부 답변 대상이 되는가 하면 학계에서도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7일 포괄적 성교육 권리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초중고 페미니즘교육 의무화 청원과 관련한 입장과 정책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지난 5일 초중고 학교 페미니즘교육 의무화 청와대 국민 청원이 21만3219명의 참여로 종료됐다”면서 “21만여명의 청원은 우리 사회 성평등의 지평을 확장하고 나이, 종교, 성별, 성정체성에 무관하게 누구나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나 “페미니즘교육 의무화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이 추상적이거나 당위적인 선언 또는 실효성 없는 성교육 및 폭력예방을 위한 의무교육시간의 확대 등으로 축소되어 실질적인 중장기 계획이 제시되지 않고 마무리될 것을 우려한다”면서 “성평등의 실현은 사회의 가치와 철학의 변화, 정책과 제도의 마련, 법의 제·개정 등이 동반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단기적 대응과 더불어 중장기적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페미니즘교육 의무화 관련 정책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학계에서도 페미니즘교육 의무화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논문이 나왔다. 성공회대학교는 NGO대학원 실천여성학 전공 김수자씨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석사학위논문 '학교현장에서의 페미니즘 교육실천에 관한 연구: 중고등 대안학교 사례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고 26일 밝혔다.
김씨는 수업계획서, 교재, 학교 활동 자료 등에 대한 분석과 교사 5명, 학생 12명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진행한 연구결과를 통해 지금까지 성인여성들에게 집중되어 있던 페미니즘 교육이 10대까지 확장되어야 결론을 내렸다.
연구에 따르면 초중고에선 페미니즘을 '남혐 주의', '여성우월주의'로 이해하는 반페미니즘 정서·동성애 혐오·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학교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지만, 적절한 대응과 교육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여성혐오’라는 사회현상에 자극받은 십대들이 자신의 일상경험을 해석하기 위해 페미니즘을 찾지만 정작 학교교육의 커리큘럼과 콘텐츠의 부족, 반페미니즘 정서라는 열악한 조건을 맞닥뜨린다는 것이다.
이어 "10대들이 여자·남자로만 양분된 세상 중 하나에 배정받아 '반쪽 세상'에서만 살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며 "여성혐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상상력과 적극적인 실천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학교 내 페미니즘 교육이 이뤄지면 교실 안에서 성과 관련된 일상의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다양한 견해들이 제기돼 새로운 사유와 성장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연구 결과 여학생들은 성차별적·혐오적 경험에 대해 페미니즘 교실에서 공감을 받고 격려와 용기를 얻었다. 남학생들은 페미니즘 교육을 통해 익숙했던 일상들이 '잘못됐음'을 알게 되는 인식의 확장을 경험하고 행동과 태도를 바로잡으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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