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진 '미투법안' … 논의는 오리무중
성폭력방지법 등 130여건
"국회 공전에 논의 안돼"
국회에 제출된 미투(#Metoo, 나도 고발한다)법안만 130여건을 넘어섰다. 이중 30건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미투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담당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3월말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10일 국회 법사위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이 내놓은 미투 관련 법안인 형법 개정안과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은 주로 새로운 범죄유형 신설과 처벌 강화,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 대책을 담고 있다.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거나 동의 없이 간음, 추행한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성적인 언동에 의한 음란행위(성희롱죄)도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성폭력 사건 발생때 은폐나 축소를 금지시키고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성폭력 사건 은폐 축소죄'와 '추가피해 유발 죄'를 새롭게 넣는 방안도 제안됐다.
법정형을 상향조정하고 공소시효를 연장하거나 아예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어갔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에 대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는 형법의 형량을 최대 10년까지 올려 잡아야 한다는 개정안이 나왔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에 대해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성폭력처벌법의 형량도 3~5년으로 높이자는 주장이 다수 제기됐다.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강간죄를 범한 사람은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의 경우도 간음죄와 같이 공소시효를 10년으로 연장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과 함께 위계에 의한 간음죄의 공소시효 자체를 15년 또는 25년으로 늘려야 한다거나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를 막기 위한 법안들도 많다. 특히 일본과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입법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관련된 내용들이 주목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자체를 폐지하거나 성폭력 범죄 피해자에 한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적용을 배제하는 안이 나와 있다.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부담없이 말하게 하자는 취지다. 유엔에서는 지난 2011년과 2013년에 우리나라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문제는 많은 법안들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논의된다 하더라도 합의점에 도달할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다수의 미투 법안을 낸 판사출신 손금주 의원은 "법안의 형벌 규정이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남녀 관계에서 나온 행위들에 대해 구체성을 띄기가 쉽지 않아 법안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국회가 난항을 겪고 있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열리기 어려워 제대로 논의가 될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소극적 자세도 문제다. 지난달 당정협의 후 비동의간음죄 신설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법무부 입장은 여전히 신중하다. 법무부측은 "제도의 장단점이 있어서 검토하고 있는 상태"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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