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수영 이제는 필수다│② 찾아가는 생존수영교육 : 충북 청주 옥포초교
"생존수영, 정규수업 포함됐으면 좋겠어요"
부모와 함께 수업 … 실전교육 중요성 체감
"물에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무서움이 사라졌어요. 머리를 물속에 담그고 숨을 참아야 물을 먹지 않아요. … 그리고 몸에 힘을 빼야 해요" "과자봉지를 잡고 물에 뜨는 연습을 하고 나서, 혼자서 물에 뜨는데 자신이 생겼어요" 지난달 29일 충북 청주시 옥포초등학교 운동장이 시끌벅적했다. 뙤약볕인데도 조립식 수영장에서 생존수영을 배우는 6학년 아이들은 진지했다. 강사 구령에 맞춰 몸을 물 위에 띄우는 아이들. 교실에서 배운 이론수업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물에 뜨게 된 과정을 큰소리로 말했다. 조립식 수영장 옆에는 탈의실과 샤워장을 만들어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학부모들이 학교로 모여들었다. 아이들이 생존수영을 배운다는데 궁금해서 왔다는 것. 학부모도 함께 배웠으면 좋겠다는 박희숙 교장의 제안에 학부모들은 평상복 차림으로 조립식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깊이가 깊지 않아 문제될 게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나 웃음도 잠시, 여기저기서 괴성을 질러댔다. 자녀와 짝이 된 부모들은 아이들이 배운 교육과정을 그대로 따라했다.
"엄마!, 다리에 힘주면 안 떠 … 몸에 힘을 주면 더 가라앉는다니깐" 옥포초교 아이들이 잠깐 배운 생존수영 실력을 엄마 앞에서 뽐낸다.
아이들은 "엄마도 생존수영을 배워야 한다"며 '엄마 물 먹이기' 작전에 들어갔다. 몸을 완전히 뒤로 눕혀 띄우는 '누워뜨기'를 하자 뒤에서 얼굴을 살짝 눌렀다. 눈과 코로 물이 들어간 학부모들은 혼비백산. 부모들의 이런 모습을 본 아이들은 깔깔대며 웃었다. 조립식 수영장을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소통의 장(場)으로 변했다.
◆ 생존수영 체험, 물 먹어보니 중요성 알아= 생존수영 체험을 마친 학부모들은 그늘막에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안은숙(5학년 학부모)씨는 "아이는 엄마를 믿고 물에 눕는데 나는 아이를 믿지 못했다. 의심한 결과는 물에 뜨지도 못하고 물만 잔뜩 먹었다"며 "왜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왜 생존수영을 배워야 하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전관숙(6학년 학부모)씨는 "요즘 사건사고가 많아 불안하다. 아이가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 구축에 정부가 더 신경을 써야한다"며 "1년에 한번 잠깐 배우는 생존수영이 아니라 선진국처럼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시켰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특히 수영장이 없는 농산어촌 학교를 위한 '찾아가는 생존수영'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은화(5학년 학부모)씨도 "그동안 아이들한테 '조심해라', '물가에 가지마라'는 말만 했다. 부모가 잘 모르니 구체적인 이야기나 대처방법을 말해줄 수가 없었다"며 "체험을 해보니 현장교육이 정말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날 생존수영 교육 체험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수영장이 없는 작은 학교에 조립식 수영장과 전문 강사를 배치해 아이들을 위한 실전교육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교생이 생존수영 교육 마쳐= 옥포초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생존수영을 마쳤다. 전교생이라고 해봐야 38명 뿐이다. 여기에 유치원생 10명을 더해도 50명을 넘지 않는다. 실기에 앞서 학생들은 교실에서 이론수업을 받았다. 수상안전사고 예방, 행동요령, 안전수칙, 기본 구조법과 응급조치에 대해 설명하자 공책에 적었다. 조립식 수영장에 들어간 아이들은 자기구조법을 익히고, 기본구조법인 뻗어 돕기, 던져주기, 인간사슬을 만들었다.
옥포초교는 운동장 가장자리에 유치원생을 위한 풀장도 설치했다. 옥포초교 아이들은 각 학년이 한 반 밖에 없지만, 꼭 '1반'이라고 부른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1반'인 셈이다. 그래도 학교 나이는 환갑을 한참 넘긴 고령이다. 1952년 전쟁 통에 2학급으로 개교해 지금까지 3300여명을 졸업시켰다. 작은 학교라서 장점도 많다. 전교생이 고루 균등한 교육 혜택을 받는다.
박 교장은 "학부모들과 신뢰관계가 매우 두텁다보니 학교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박 교장은 자주 창의 감성, 세계 민주시민 양성을 목표로 학교를 운영한다. 충북교육청이 지정한 자율과제 연구학교를 2년째 추진 중이다. 단 한명의 아이도 '익사'나 사고로 잃지 않겠다는 게 박 교장의 교육철학이다.
교육부가 올해 처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생존수영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생존수영 교육 효율성을 높이고 전문성 강화를 위해 전국시도교육청 '공통 매뉴얼'을 마련하겠다는 각 오다. 수영장이 없거나 거리가 먼 농산어촌 학교를 시범대상으로 선정해 운영 중이다.
'찾아가는 생존수영'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바다가 없는 충북이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충북교육청은 수영장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촌과 산촌 시골학교 10개를 선정해 집중 공략에 나섰다. 전국에서 가장 안전하고 완벽한 생존수영 교육을 추진하겠다는 게 김병우 충북교육감 의지다. 충북은 올해 시범사업을 철저히 분석해 내년에는 모든 학교로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주명현 충북부교육감은 "수영장 시설이 없는 농촌이나 산촌마을 작은 학교들을 중심으로 안전교육을 비롯한 생존수영을 완벽하게 익힐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며 "나아가 지역 주민과 학부모들도 함께하는 생존수영을 지자체와 협력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옥포초교 이유진(6학년1반)양은 "친구들과 물에서 노는 게 정말 좋았어요. 위기상황에 처하면 당황하지 않고 배운 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어 "엄마가 학교에 찾아와 수영장으로 들어올 줄은 몰랐다."며 "수영을 못하는 엄마가 스스로 물에 뜰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인터뷰 | 박희숙 청주 옥포초교 교장] "단 한명의 아이도 사고로 잃지 않을 것"
[생존수영 이제는 필수다 연재 기사]
▶ ① "사람이 탄 은박 돗자리도 물에 뜨네요!" 2018-07-17
▶ ② 찾아가는 생존수영교육│충북 청주 옥포초교"생존수영, 정규수업 포함됐으면 좋겠어요" 2018-09-10
▶ ③ "수영 등급제로 익사자 줄이고 교육 효율성 높여야" 2018-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