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대강 '사회적 흐름'이 필요하다

2019-02-22 10:56:05 게재
허재영 충남도립대학교 총장

금강(錦江)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하여 크게 변화됐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로 흐름이 막혀 금강의 상태는 계속 악화되고 있었다.

강이 자연성을 회복하려면 '흐름'을 되찾는데서 시작돼야 한다. 강이 흐름을 유지하려면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 작년 금강 보 수문이 한꺼번에 열렸고 강은 오랜만에 강답게 흘렀다. 이것은 4대강 사업 이후 처음으로 상류부터 하류까지 모든 보를 완전히 개방한 첫 사례다. 지역주민들과 전문가들과 관이 함께 노력하여 이룬 성과다.

2017년 6월부터 보 수문 개방을 추진한 것은 우리나라 환경정책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든 것이다. 그간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4대강 조사·평가단의 전문·기획위원회는 다양한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보 처리방안을 마련해 왔다. 이번에 발표된 금강 보 처리방안을 통해 그동안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촉발된 사회·환경적 갈등이 종식되기를 기대한다.

한편 보의 수문이 개방되거나 보의 철거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보의 부속시설인 공도교(다리)가 없어지면 생길 불편과 보의 수문을 개방하면 수위가 내려가 지역 축제에 생길 차질을 염려하기도 한다. 농사에 쓸 물이 부족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이런 염려와 우려의 목소리를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공도교는 적합한 공법을 도입하여 다리는 안전하게 남기되 물길은 여는 방안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농업용수 문제도 주민들과의 협의로 해결하고 지역축제 필요에 대한 대안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금강의 자연성이 훼손된 기간이 길었던 만큼 건강한 모습을 찾는데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인내심을 갖고 소통하면서 해법을 찾아가는 우리 사회의 성숙한 모습을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또 하나의 '흐름'이 필요하다. 환경부와 지역주민 시민사회 전문가가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사회적 흐름'이 그것이다.

강은 우리 시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후손들도 강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강의 복원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행정이 일방적으로 집행해서는 안 되며 지역주민들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공도교나 농업용수, 축제에 필요한 수위유지 등 필요한 조치는 지역과 협의하여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행정과 지역주민이 협력하는 전향적인 모습을 기대한다.

허재영 충남도립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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