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책 고용노동

노동인구 86%, 기존임금 그대로 노동시간 단축

2021-12-14 11:24:36 게재

아이슬란드 중앙정부의 주4일제 실험

노동생산성 연 성장률 1.7% → 3.8%↑

"아이슬란드의 실험은 엄청난(overwhelming) 성공을 거뒀다."

지난 7월 영국 BBC 방송의 아이슬란드의 '주4일제 실험'에 대한 평가다.

이 실험은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시(2015~2019년)와 중앙정부(2017~2021년) 주도로 4년간 진행된 '주4일 근무제' 실험이다. 인구 36만명의 아이슬란드에서 '주4일 근무제' 실험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을 도입하자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주목하고 있다.

◆주 44.4시간, 노르딕 국가 중 장시간 노동 = 북유럽 아이슬란드는 칠레 멕시코 일본과 같은 노동집약적인 국가다.

아이슬란드는 2018년 정규직 노동자의 1인당 주당 평균 노동시간 44.4시간으로 스칸디나비아 노르딕 5개 국가 중 장시간 노동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다만 연간 노동시간은 2개월의 유급휴가로 짧은 편)

아이슬란드가 주4일제를 실험하게 된 배경에 대해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아이슬란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요소인 여가 및 개인 관리에 북유럽 국가 중 가장 적은 시간을 제공하는 국가 중 하나"라면서 "이러한 지적에 시간 빈곤문제 해결 위한 방향에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아이슬란드 주4일제 실험에는 2021년 6월 기준 전체 노동인구(경제활동인구) 19만7000명의 1.3%에 해당되는 2500여명의 노동자가 참여했다, 유치원 교사, 회사원, 사회복지사, 병원 종사자 등 다양한 직군이 포함했다. 대다수 실험 참가자들은 근무시간이 기존 주 40시간에서 35시간 또는 36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아이슬란드는 100여개의 다양한 직군 실험에서 기존 급여 삭감 없이 노동시간만 단축되자 스트레스로 인한 '번아웃'(burn out, 소진) 증후군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거의 사라졌고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이 개선됐다.

주4일제 실행 결과 남는 시간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취미 활동을 하거나 가사 노동을 하는 데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기혼자의 경우 남성의 가사노동과 육아 참여도가 높아졌고, 업무 생산성은 오히려 증가했다.

아이슬란드의 주4일제 실험은 레이캬비크시에서 먼저 실험이 추진되면서 중앙정부에서도 4년간(2017년~2021년) 시행됐다.

주4일제 실험도 초기와 후기로 나눠 실험 기업·기관이 추가됐다.

주요목표는 초기에는 '근무시간 단축이 직장과 직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가'였고, 후기에는 '노동자 대부분이 불규칙한 노동을 하는 곳에서도 노동시간 단축 효과가 나타나는가'였다. 목표를 평가하기 위해 실험군과 대조군을 설정해 진행됐다.

노동시간 단축 실험 결과를 토대로 아이슬란드 노동조합은 기업과 근무방식을 재협상했고 공공과 민간부문에서 동시에 시작됐다. 2021년에는 공공부문 불규칙 교대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40시간에서 36시간(일부는 32시간)으로 단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6월 기준 아이슬란드 전체 노동인구 가운데 17만0200명, 86%가 기존과 동일한 임금을 받으면서 더 적은 시간 일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추진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각 사업장마다 다르고 고유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실험이 진행된 기간 동안 노동생산성 연 성장률이 1.7%에서 3.8%로 증가했다. 노동시간 단축에 예산이 약 392억원 투입됐고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됐다.

◆노동자·관리자, 위원회·실무단에 참여 = 연구결과를 분석한 영국 싱크탱크 오토노미와 아이슬란드 지속가능민주연합(ALDA)은 "일터에서의 근무시간이 줄어들어도 업무 생산성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했다"며 "현대 사회에서는 일을 덜하고도 생산성을 높이는 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어 "근로시간 단축은 오늘날 최첨단 경제구조 하에서 바람직하며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참여한 노동자는 기존의 성과와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았고 직장에서 더 나은 협업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노동시간 단축 핵심은 종종 업무 완료 방법, 근무시간 및 교대근무 방식의 유연성, 사업장에서의 노동시간 단축 과정에 대한 관심과 참여였다"면서 "주4일제 추진과정에서 위원회와 실무단에 노동자와 관리자 등이 참여해 새로운 임무와 근무시간 패턴을 위한 설계에 관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