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0년엔 동백이 함경도까지 올라갈 수도(현추세대로 탄소배출 계속될 때)
사람의 토지 이용 고려하면
잠재서식지 면적 69% 감소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경남 거제 지심도는 동백섬이라 불릴 정도로 동백나무가 풍부한 섬이다. 원시림을 품은 자연환경으로 이름난 곳으로 기후변화와도 연관이 있기도 하다. 기후변화 생물지표종(CBIS) 중 하나인 동백나무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내륙 분포 확대 및 북상이 예상된다.
9일 '기후변화에 따른 한반도 난대성 상록활엽수 잠재서식지 분포 변화' 논문에 따르면 2070년 동백나무의 잠재서식지는 경기북부, 강원도 내륙과 경상북도 내륙지역을 제외한 남한 모든 지역이 될 전망이다.
특히 RCP 8.5(현 추세대로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고 가정하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분석에서는 함경도, 평안도, 황해도 지역의 해안가까지 잠재 서식지가 북상할 것으로 예측됐다.
동백나무는 해안가 산지에서 주로 자라며 백령도 대청도 충남 전북 전남 경남 울릉도 제주 등지에 분포한다.
이 연구는 최한월(1년 중 월평균 기온이 가장 낮은 달) 최저기온 등 기후요소들에 GAM 알고리즘을 적용해 개발한 종분포모형에 현재와 미래 기후자료, 토지이용도 등을 넣어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리나라 난대성 상록활엽수는 한반도 남부 및 해안도서에서 나타나는 식물로 겨울철 기온에 따라 북방한계선이 결정된다. 가속화하는 지구온난화에 따라 기온이 올라가면 해당 종들의 북상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세계기상기구의 '2021년 기후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지구 온실가스 농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지구 연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11℃ 높았다. 해수면 높이와 해수 온도, 해양 산성도도 역대 최고치였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경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봄(3~5월) 전국 평균기온은 13.2℃로 평년(지난 30년간 기후의 평균적 상태) 대비 1.3℃ 높았다. 이는 기상관측망을 전국에 확충한 1973년 이후 최고로 높은 수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구온난화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이다. 지구온난화도 사람의 영향이 크지만 토지이용을 고려했을 때 잠재서식지 면적이 큰 폭으로 줄었다.
'기후변화에 따른 한반도 난대성 상록활엽수 잠재서식지 분포 변화' 논문에 따르면 현재 기후에서 토지이용을 고려한 잠재서식지를 예측했을 때 동백나무의 경우 69%가 감소했다. 이는 후박나무(67%), 센달나무(68%) 등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9일 이 논문의 주저자인 박선욱 국립생태원 전임연구원은 "기후변화로 인해 동백나무 등이 북상하게 되면 내륙보다는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은 해안쪽을 위주로 분포가 변화되는데, 이들 지역은 산림보다는 인간에 의한 토지 이용이 많은 특성이 있다"며 "토지 이용을 고려할 때 나타나는 60% 이상의 잠재서식지 감소율은 인간 활동에 의한 직접적인 서식지 파괴가 다른 환경적인 인자들보다 난대성 상록활엽수의 분포를 결정하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물론 기후변화로 인한 동백나무 북상 현상은 어디까지나 예측이다. 인간이 탄소 감축을 위해 노력하는 정도에 따라 실제 일어나는 범위나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9일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동백나무는 CBIS 중 하나로 정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10년 정도밖에 데이터가 쌓이지 않아서 기후변화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난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우선 시민과학자들과 데이터를 모으는 데 집중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CBIS란 기후변화로 인해 활동, 분포역, 개체군의 크기 변화 등이 예상돼 이를 지표화해 정부에서 조사·관리가 필요한 생물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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