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출근 지옥 피해 거점 오피스로
최첨단 디지털인프라 활용 … 근무 장소·시간 '내 맘대로'
대한민국 직장인 대부분은 숨쉬기 불편할 정도로 빽빽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같은 고역에서 해방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종사자들이다.
10년차 직장인인 이민철 SK텔레콤 매니저는 일주일에 한번씩 집에서 10분정도 거리에 있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 거점오피스로 출근한다. 근무시간도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하되 그날 상황에 따라 조금 늦게 시작하거나 일찍 시작한다. 거점오피스로 출근하면 서울 을지로 T타워로 출근하는 것 보다 30~40분정도 시간이 덜 든다. 퇴근시간까지 포함하면 하루에 최소 1시간 이상 절약할 수 있다. 거점오피스에서는 클라우드PC를 이용해 본사와 똑같은 업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 게다가 영상회의실 미팅룸 등 본사 사무실 못지 않은 업무환경을 제공한다. 이 매니저는 "거점오피스 근무는 기존 재택이나 커피숍에서 했던 원격근무 보다 훨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매니저가 이같이 근무를 할 수 있는 것은 SK텔레콤이 근무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본인이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는 장소에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웍 프롬 애니웨어'(WFA, Work From Anywhere)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서다. SKT 구성원은 회사 출근이나 재택근무 외에도 본인이 일하기 편한 장소를 골라 근무할 수 있다.
국내 대표 ICT기업인 KT는 총량자율근무제와 재량근로제라는 형태의 유연근무제를 시행중이다.
총량자율근무제는 전 직원이 적용대상으로 주 40시간 범위 내 하루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해서 근무할 수 있는 제도다. 근무시간은 6시에서 22시 사이에 선택 가능하고 근무일은 하루 최소 4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 근무시간은 30분 단위로 선택할 수 있다. 근무 형태 신청은 주 단위다. 재량근로제는 연구개발이나 IT설계 직군을 대상으로 창의성과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근무제도다. 근무시간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0시에서 24시 사이에 제한없이 선택할 수 있다.
KT는 코로나 이후 많은 기업에서 도입하고 있는 원격근무를 ICT업계에서 가장 먼저 도입 했다. 2010년 전국 지사 공간을 활용해 '스마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집 근처 사무실 근무를 시행했다.
온라인플랫폼 업계도 유연근무 도입에 적극적이다.
네이버는 코로나 대유행이 약화된 지난 7월부터 '커넥티드 워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커넥티드 워크는 사무실 출근과 원격근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근무형태를 O(오피스)와 R(리모트) 가운데 선택하면 된다. 근무형태 O는 주 3회 사무실 출근이며 출근일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 근무형태 R은 원격근무를 말한다. 시행 당시 네이버 직원 가운데 55%가 R을, 45%가 O를 선택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커넥티드 워크는 신뢰와 자율성을 바탕으로 일하는 공간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해 근무하고 협업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도 올 7월부터 임직원이 자신이 선택한 장소에서 자유롭게 근무하는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테스트 기간이 끝나면 최종 방식을 확정해 시행할 전망이다.
ICT관련 공공기관 중에서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올해 2월 도입한 '워케이션'이 눈길을 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결합한 제도다. 원하는 곳에서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하는 근무형태다. KCA는 분기별로 대상자를 선발(2인1조, 월 8인 이내)하고 있다. 선발된 직원은 주중 5일 이내 희망권역 숙소에서 원격근무제와 탄력근무제를 활용한 유연근무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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