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노골적 불신 표출 … 안철수 "당내 경선 개입, 문제"

2023-02-06 11:29:22 게재

"대선 때 안철수-이재명 단일화 대비" … "당 활용하러 왔나"

안 "윤안연대·윤핵관 표현 안 쓸 것" … 일정 취소 "숨고르기"

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대통령과 안철수 당대표 후보 간 갈등이 점입가경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을 직간접 인용하며 안 후보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공론화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안 후보 측은 일정을 취소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한편 대통령실이 당내 경선에 개입하고 있다고 맞섰다.

인사말하는 안철수 당 대표후보 | 국민의힘 안철수 당대표후보가 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서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고양정 신년하례 및 당협 당원교육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윤 대통령은 특별당비 수천만 원 냈는데" = 당초 안 후보가 '윤(석열)-안(철수)연대' '윤핵관'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을 문제삼던 대통령실은 대선 당시부터 이어진 윤 대통령과 안 후보의 '악연'이 뿌리 깊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모습이다.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캠프에 있었던 여권 관계자는 6일 "대선 당시 안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정보가 포착돼 캠프가 발칵 뒤집혔다"며 "대응전략 보고서까지 작성하고 실질적 대비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캠프에 있었던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 상황을 언급하며 "첫 단추부터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합당에 뒤따른 '돈 문제'도 불신을 깊게 했다는 주장이다. 안 후보가 합당 이전에 발생한 국민의당 대여금 이자 변제를 국민의힘에 요구한 일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 분(안 후보)이 우리 당에 헌신하러 온 것인지, 당을 활용하러 온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진 결정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거액의 돈을 대신 갚아주면 특별당비라도 내 줄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며 "대통령은 수천만 원을 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안 후보는 이달 4일 "이번에 (윤 대통령과) 단일화를 하면서 저는 제 (선거비용) 70억원을 포기했다"며 "지금 현재 선거법상 이자를 안 받으면 그건 선거법에 저촉이 된다고 얘기를 해서 선거관리위원회 판단에 따라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앞서 이진복 정무수석은 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윤연대'라는 표현, 누가 썼나. 그건 정말 잘못된 표현"이라며 "대통령과 후보가 어떻게 동격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윤핵관이라는 표현은 누가 썼나. 참 웃기는 얘긴데,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선 때 썼다"며 "당원들끼리 그런 표현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주 참모들에게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며 "경제와 안보 상황이 막중한데 국정 최고 책임자이자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당 전당대회에 끌어들여 윤안연대 운운한 것은 극히 비상식적 행태"라고 했다.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을 보필하는 참모나 (대통령과) 가깝게 소통하는 사람들을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간신 취급하는 것은 대통령을 무능하다고 욕보이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이 수석을 통해 안 후보에 대한 엄중경고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측 "대통령실 입장 유념" = 안 후보는 항변과 유화 제스처를 섞으며 맞대응에 나섰다.

안 후보는 6일 MBC라디오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의 비판이) 사실은 정확하게 이해는 되지 않지만 제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노력할 계획"이라며 "만약 (윤 대통령이) 실망하셨다면 그건 제가 충분히 제 의사를 반영을, 전달을 제대로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통령실에서 나온 윤 대통령의 발언이 자신을 겨냥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면도 있을 수도 있지만,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며 "대통령실에서 정식으로 '누가 이런 말을 했다'는 그런 것보다는 오히려 고위관계자 익명 보도, 이런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사실 청와대(대통령실)에서 이렇게 당내 경선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정말 법적으로도 문제가 많고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안 후보는 '안-윤연대' 표현에 대해선 "(대선 후보) 단일화 때, 인수위원장 때 쓰던 얘기"라며 "윤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정말 충실하게 존중하면서 실행에 옮기겠다는 그런 뜻이었는데 그걸 나쁜 표현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는 쓰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안윤연대'라고 저는 쓴 적이 없다. '윤안연대'라고는 썼다"고도 덧붙였다.

안 후보는 이른바 '윤핵관' 표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그런 어감들이 있어서 저도 쓰지 않기로 했다"며 "제가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고 (윤 대통령이) 그렇게 생각하실 줄도 사실은 제가 몰랐었다"고 해명했다.

안 후보는 윤 대통령의 '멘토'로 꼽히던 신평 변호사가 자신이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이 탈당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보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안 후보는 이날 일정을 일부 취소했다. 김영우 선대본부장은 "정국구상을 위한 숨고르기"라며 "대통령실의 입장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해했고 공정한 선거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공정선거를 우려하는 대통령실의 입장을 잘 유념해서 전대성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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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걸 김형선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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