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탄핵 … 윤 대통령, 총선서 '국회심판론' 명분 삼을까
대통령 임기중반 총선에선 '정권심판론' 부각되기 십상
야당에게 화살 돌릴 필요 … 윤 대통령 "야당 발목잡기"
박근혜정권도 2016년 총선 앞두고 "국회 심판" 되풀이
2016년 4월 20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당시 박근혜정권 최고실세로 꼽히던 A의원은 총선 전망을 묻는 질문에 "원래 (대통령) 임기 3∼4년차에 치러지는 총선은 정권평가 의미가 강하다. 정권심판론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청와대가 아무 일도 못하게 발목 잡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강하다. 국회심판론이 부각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임기 4년차에 치러지는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이 아닌 '국회심판론'이 부각되도록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래야 여론의 화살이 자신이 아닌 국회로 향하면서 총선에서 이길 것으로 판단한 것. 박 대통령은 총선 수개월전부터 국회를 맹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는 법안들은 19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가 이것을 방치해서 자동폐기된다면 국민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2015년 11월), "국회가 말로는 일자리 창출을 외치면서도 행동은 정반대로 노동개혁 입법을 무산시킨다면 국민의 열망은 실망과 분노가 되어 되돌아올 것"(2015년 12월), "선거기간 동안 멈춰있는 3∼4개월 동안 국민을 위해 정치권과 국회가 아무 일도 못하고 있다. 오직 각자의 정치만 하고 있다면 그만큼 잃어버린 시간들이 될 것"(2016년 3월)이라고 쏟아냈다.
총선 초반에는 박 대통령 의도가 먹히는 듯 싶었다. 총선 서너달 전까지만해도 여권에서 "180석 목표"라는 낙관적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총선이 본격화되자, 박 대통령 의도와 달리 '진박 공천' 논란과 함께 '정권심판론'이 더 부각됐다. 여당은 패했다.
임기 3년차에 22대 총선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프레임으로 총선을 치르고 싶을까.
윤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국회를 겨냥한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말 예산안 통과 직후에는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민생을 살리기 위한 새 정부의 첫 예산이 대폭 수정돼서 매우 유감스럽다. 특히 법인세 인하, 반도체 지원, 주식양도세 완화 등 우리 경제성장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법안이 미진해서 대단히 아쉽다"며 국회를 겨냥했다. 윤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가 뜻대로 되지 않자 "다수 의석을 앞세운 야당의 발목잡기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투자 확대를 위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다"며 야당을 대놓고 비판했다.
결국 윤 대통령도 박근혜정권과 마찬가지로 '국회심판론'으로 내년 총선을 치르고 싶어한다는 관측이다. 임기 중반에 치르는 총선을 이기기 위한 고육책으로 읽힌다. 8일 야권 주도로 이상민 행안부장관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건 윤 대통령의 '국회심판론' 구상에 더욱 확신을 불어넣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이 탄핵안 가결 직후 "의회주의 포기"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국회를 비판한 장면은 '국회심판론'을 더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야소야대 국회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묻지마 반대'한다는 인상을 남겨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까지 '국회 심판'에 나서도록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구상'이 내년 총선에서 기대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국회심판론'을 초래할만한 야당의 실책도 잇따르지만, 거꾸로 '정권심판론'을 부르는 여권의 자충수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진 '윤심 논란'이 대표적이다. 더욱이 올해 경제침체 여파로 민생고가 심각해지면 '정권심판론'이 부각될 여지가 더 커진다. 윤 대통령이 '국회심판론'을 키우는 것과 동시에 '정권심판론'이 부각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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