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수책위(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구성 변경 2주전 11개 단체에 위원 추천 요구

2023-03-13 15:12:45 게재

의결 전 이메일로 … 복지부 "사전에 어떤 전문가 있는지 알아보는 차원"

강훈식 "답 정해 놓고 움직여, 국민연금을 복지부연금으로 만들어"

국민연금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책위)의 인적구성 변경 과정에 복지부가 해당 위원회의 의결 전에 '사전 작업'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기금 개악 반대 회견 |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지난 7일 서울광장에서 정부의 국민연금 기금 개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복지부는 기금운용위 심의·의결사안을 사전에 논의하는 실무평가위원회 회의에서는 '인적 구성 변경안'을 올리지 않고는 기금운용위 회의 전날에야 알리는 등 기습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그러면서 수면 아래에선 위원 구성 변경을 위한 사전 작업을 실행해온 것이 드러났다.

13일 내일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복지부는 수책위 인적 구성 변경을 의결한 지난 7일로부터 12일 전인 2월 23일에 전문가 단체들에 위원 추천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

자본시장연구원, 한국증권학회, 금융투자협회, 한국연금학회, 한국ESG학회, 한국ESG기준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 7개 단체를 수신자로 한 메일에서 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 담당자는 "복지부에서 운영 중인 국민연금기금운용 전문위원회 중 하나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책위) 관련하여, 수책위 위원 인력풀로서 전문가를 추천받기 위해 연락드렸다"면서 "향후 수책위에 공석이 발생하는 경우, 위원 인력풀에 속한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할 예정이고, 위촉된 위원은 3년간 비상근으로서 월 평균 1회 수책위 회의에 참석하셔서 관련 안건을 심의·검토하게 된다"고 안내했다. 이어 "금융, 자산운용, 경영, ESG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1~2명)를 추천하여 회신해 달라"며 추천마감을 5일 후인 2월 28일로 제시했다. 복지부는 또 3월 2일에도 한국경영학회, 한국금융연구원, 한국재무학회, 한국채권연구원 등 4개 단체를 수신자로 한 메일을 보내 수책위 인력풀 전문가 추천을 요청했다.

◆복지부, 일부 위원 반대에도 표결 강행 '속도전' = 복지부의 인력풀 추천 요청을 받은 한 단체의 관계자는 "메일 상으로는 '인력풀 추천'이나 '향후 공석이 발생할 경우'라고 우회적으로 써 있지만 기존에는 그런 추천 요청이 없었던 데다 추천 마감일도 일주일 남짓으로 빠듯해서 위원 공석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는 게 아니라 위원 공석이 발생할 것이 이미 예정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복지부는 지난 7일 기금운용위를 열어 전문성을 보강하기 위해선 수책위 인적 구성 변경이 필요하다며 수책위 위원 9명 중 가입자단체의 추천을 받아 위촉하는 비상근위원을 6명에서 3명으로 줄이고, 남은 3명은 전문가 단체에서 추천받도록 하는 안을 상정했다. 이날 복지부는 신규 위원을 추천받을 전문가 단체 예시로 2, 3월에 이미 추천요청 메일을 보낸 단체명을 제시했다.


이날 회의에서 근로자 단체 추천 기금운용위원들이 반발했지만 복지부는 표결을 강행했고 안건이 통과됐다. 이후 민주당 등 야권과 노동계는 수책위에 전문가단체 몫이 신설된 것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시 정부 및 사용자단체 입김이 강화된다는 뜻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지속중이다.

◆하루이틀 전 "오늘까지 위원 추천해달라" 요구도 = 수책위 구성 변경을 의결하기도 전에 복지부가 추천부터 받았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지난 7일 기금운용위 회의에선 노동계 측이 일부 문제를 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복지부는 기존에 메일을 보냈던 전문가 단체 및 다른 단체들에게 다시 공문 형식의 문건을 보내 위원을 추천해 달라고 재요청했다. 이들 단체들에게 보낸 공문은 3월 8일과 9일에 나눠 보내졌는데 추천 마감일은 모두 익일 또는 당일인 9일이었다. 겨우 하루나 이틀 만에 전문가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수책위 구성 변경과 관련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한국노총 관계자는 "복지부 담당자들은 기금운용위에서 다루는 안건을 미리 논의하는 2월 23일 실무평가위원회가 열렸을 때는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아 놓고 회의 당일에 전문가 단체들에게 위원 추천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우리들이 문제제기하자 그제서야 요식행위로 3월 8일과 9일에 공문을 보낸 것 아니겠느냐"면서 "사실상 수책위 위원 구성 변경 시나리오를 다 짜놓고 강행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7일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해당 안건이 올라갈 수도 있다는 데 대한 내부 고민이 있던 상황이기도 했고, 3월에 주주총회가 몰려있어 (수책위 구성 변경안이) 결정된 후 위원 구성을 하게 되면 실무적으로 부담이 있어서 사전에 어떤 분이 계시는지 여쭤보는 차원에서 메일을 보낸 것"이라면서 "(7일에) 공식적으로 결정이 난 후에 공식문서로 다시 요청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기금운용위 안건을 미리 검토하는 실무평가위원회가 열리던 시점에 이미 수책위 구성 변경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그 안건이 확실히 기금운용위 안건으로 올라갈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국회 차원에서 다뤄봐야"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수책위 인적 구성 변경에 대해 "나름대로 균형이 잡혀 있던 국민연금 운영을 복지부가 간섭하기 편하게 임의대로 만든 것"이라고 평가하고 "그 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먼저 (수책위 위원을 추천)받았다는 것은 답을 정해놓고 움직이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국민연금을 복지부 연금으로 만들어버린 문제로 자체 법 테두리 내에서 (수책위 인적구성 변경을) 했다고 할지라도 국민들의 공공성을 저하시키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 차원에서 다뤄봐야 될 문제"라고 했다.

한편, 위원 구성이 변경된 수책위는 13일 오전 첫 회의를 열고 주총 안건 등을 검토했다. 새롭게 신설된 전문가 단체 추천 몫의 3명의 비상근전문위원직은 결국 채우지 못해 수책위원 9명 중 3명을 공석으로 두고 회의를 진행했다. 수책위원장에는 한석훈 변호사(사용자 단체 추천 상근전문위원)가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제기됐다는 점을 고려해 기존 수책위원장을 맡았던 신왕건 상근전문위원이 다시 위원장직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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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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