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앞 여야 '강제동원 전쟁' … '장기전' 우려

2023-03-21 11:04:29 게재

"외교참사" "반일 넘어 극일"

기시다 방한까지 계속될 듯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공개석상에서 한일정상회담 배경을 설명했지만, 여야의 '강제동원 해법'을 둘러싼 충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감지한 야권이 정국주도권을 쥘 기회로 보고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충돌은 기시다 일본 총리의 방한 때까지 '장기전'이 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한일 정상회담 결과 적극 지지" | 자유통일당 100여명이 20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오거리문화광장에서 한일 정상회담 결과 지지 집회를 열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북한은 20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에 모의 핵탄두를 실어 800m 상공에서 폭발시키는 시연을 했다고 주장했다. 언제든 핵공격을 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한 것이다. 북한은 최근 한미일 안보공조가 강화되자, 잇따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안보 위기를 키우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국내 금융권도 살얼음판이다. 수출은 5개월째 감소했고, 무역수지는 1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 여야는 '강제동원 해법'을 둘러싼 충돌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여야의 마찰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20일 "대통령실은 '큰 성공' 이라고 자화자찬하지만 도대체 어떤 게 '큰 성공'인가"라며 "위안부 합의, 독도 문제, 후쿠시마오염수 방류 등 청구서만 잔뜩 받아온 굴종, 굴욕뿐"이라고 말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일본에 호구 잡힌 '최악의 외교참사'"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우리는 반일을 넘어 극일의 기치를 품었다. 1919년 '기미독립선언'도 오늘의 한일정상회담을 응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 우려되는 대목은 '강제동원 해법'을 둘러싼 충돌이 '장기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야권 공세가 무뎌지려면 일본의 '합당한 호응 조치'가 급한데, 호응 조치가 예상되는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올해 하반기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 야권의 '외교참사' 주장이 계속될 여건이 유지되는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첫 회동을 통해 민생 문제에 협력하자는 뜻을 모았다. 필요할 때마다 만나자고도 했다. 하지만 '강제동원 해법'을 둘러싼 충돌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협치도 언제 이뤄질지 기약할 수 없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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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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