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자 변제안', '윤석열방식'과 완전히 달랐다

2023-03-21 11:04:29 게재

여야 "일본 정부의 철저한 반성·사죄" 전제

국민의힘 "피해 책임 있는 정부·기업 참여"

문희상안 "기금으로 보상, 구상권은 한국에"

윤석열 대통령이 구상한 '제 3자 변제안'이 더불어민주당의 '문희상안'뿐만 아니라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내용이나 취지와도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유족의 의견을 듣습니다" |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을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위한 20시간 유족 의견 발표회를 찾은 피해자와 유족들이 참가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은 이날부터 세 번의 발표회를 통해 20시간 동안 피해자와 유족들의 의견을 듣는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부를 중심으로 재단을 만들고 이후 일본 기업의 참여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인 반면 여야 의원들이 낸 법안에는 양국의 정부와 기업, 국민들의 출연으로 만든 재단을 통해 피해 위로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의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한일 양국의 정부와 강제동원 피해를 입힌 기업이 배상금 지급을 위한 기금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21대 국회 초반인 2020년 6월 8일에 기억·화해·미래재단 법안을 제출한 윤상현 의원은 "대법원 판결을 두고 한일 정부간에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세계무역기구 제소,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논란 등 경제적 군사적 갈등이 확대되고 있어 그 출발점인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판결 사안에 대해 정치적 해법을 마련하는 일이 국가적으로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며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함께 선언했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일본 정부의 반성·사죄의 뜻을 재확인하면서 이를 토대로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가 과거를 직시하며 미래를 지향하는 관계로 나아가도록 하는 정치적 입법적 해법으로 이 법안을 제안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국민이 과거 일본의 식민지배로부터 겪었던 고통과 아픔을 우리 스스로 선제적으로 보듬고 치유할 시기가 됐다"며 "피해당사국인 우리나라가 민간영역에 기억·화해·미래재단을 설립하고 양국 기업과 국민의 기부금으로 조성된 재원으로 국외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 지급 문제의 해법을 담는 이 선제적 입법을 통해 한일 양국 정부가 포괄적 협상으로 갈등을 해소하고 상호 양보, 화해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해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승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20대 국회에서 이혜훈 의원 등 10명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권재단 설립 법안을 제안하면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을 설립함으로써 늦게나마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고통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에 기여하며 나아가 궁극적인 책임이 있는 일본 정부와 기업의 책임의식을 견인해 한일간의 건전한 발전에도 기여하려는 것"이라며 "국가는 피해에 책임이 있는 일본정부와 기업이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에 함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외교적 노력을 다하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홍일표 의원 등 48명은 2018년에 '일제하 강제징용피해자기금 법안' 제정안을 발의했으며 제안설명에서 "최근 한일 의원들 간에 양국의 외교적 마찰을 해소하고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양국 정부와 관련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기금을 마련해 이들을 지원하자는 논의가 있었다"며 "한일 양국 정부 및 관련 기업이 출연하는 일제하 강제징용피해자기금을 설치해 일제하 강제징용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금의 실질적이고 신속한 지급을 지원함과 동시에 한일간 외교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문희상안' 역시 일본 정부와 기업의 사죄를 전제하면서 향후 구상권이 우리나라에 있음을 강조했다. 문희상 전 의원은 국회의장시절 내놓은 법안(기억·화해·미래재단법안,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인 '문희상안'에 대해 "우리는 한일청구권협정을 지킨다는 약속을 해주고 일본에서는 그 대신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다시 한 번 하는 것이다. 아주 처절한, 철저한 반성을 담아서"라며 "한일 두 정상이 만나서 화이트리스트 풀고 지소미아 풀고 그 자리에서 '오늘부터 없다'는 선언을 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한일)양쪽에서 법률로 만들면 대통령도 꼼짝 못 한다"며 "그것을 합의해 오면 우리 의회에서는 금방 통과시킬 수 있고 저쪽에서도 다 찬성하니까 바로 하겠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문 전 의장은 "기억 화해 미래재단을 만들어 일본 전범기업이라고 불리는 미쓰비시도 기금을 내고 청구권 자금으로 생긴 데(포스코 등)도 내고 우리나라 와서 돈 많이 버는 일본 기업도 내고 우리 쪽에서도 일본 기업에 많이 의존하는 데가 있으면 좀 내서 합치는 것"이라며 "이런 명분을 주면 저쪽에서도 돈을 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기금으로 당장 (피해자) 그 분들에게 보상을 하고 그 대신 구상권은 재단이 갖는 것"이라며 "언제든지 일본 기업한테 그 돈을 우리가 대신 보상했으니 그것을 내놓으라고 할 수 있는 권한이 우리한테 있는 것"이라고 했다. "사용하지는 않는다. 영원히 안 쓴다. 그러면 우리와 일본이 상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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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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