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만은 꼭지키자

골프장 예정지 2곳, 환경부 하천정비 구간도 2곳

2023-08-14 11:34:11 게재

2023 '이곳만은 지키자' 시민공모 … 골프장 예정지 모두 전통마을 위에 위치, 곧 철거 앞둔 근대유산 많아

골프장 예정지 2곳, 환경부가 시행하는 하천정비사업 대상지 2곳, 도시개발로 사라지는 근대 문화유산 3곳,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50년 백로 서식지 … 2023년 우리나라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의 현주소다.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이사장 조명래)가 주최한 '2023 이곳만은 지키자 시민공모전' 응모작 현장심사가 8월 6일 마무리됐다. 불볕더위 속 강행군이었지만 심사위원이자 기자로서 모든 대상지 심사에 참여했다.
골프장 예정지들은 모두 전통마을과 산 사이에 위치했다. 한곳은 섬진강 수계, 또 한곳은 금강 수계 대청호 인근이다. 하천정비업무가 환경부로 넘어오면서 환경부가 시행하는 하천정비사업 대상지도 2곳 포함됐다. 대구 금호강의 경우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사업을 시행하고 대구지방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를 한다.
파주 공릉천 정비사업은 한강유역환경청이 시행하고 환경영향평가도 같이 한다. 사업 시행자가 자기 사업의 환경영향을 스스로 평가하는 셈이다.

구례 산동면 관산리 다랑이논은 54만9500㎡에 이른다. 국가 명승으로 지정된 남해 가천마을 다랑이논(22만7554㎡)의 2배 이상 면적이다. 다랑이논 위로 숲이 잘려나간 곳이 골프장 예정지다. 골프장 인허가 전에 벌채가 진행됐다.


1일 오후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았다. 이 일대는 대구 인터불고호텔 동쪽의 절벽지대로 산책로가 없어 산지와 금호강이 이어지는 생태적으로 민감한 구간이다.

팔현습지는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특히 강 안쪽엔 멸종위기 1급인 '얼룩새코미꾸리'가 서식하고 절벽지대엔 멸종위기 2급인 '수리부엉이' 부부가 터줏대감으로 살아간다.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

이날 현장심사 도중 이 절벽에서 멸종위기 2급 '담비'를 발견했다. 담비도 절벽지대와 습지를 오가며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절벽 아래에서 담비의 포식흔적으로 보이는 고라니 머리뼈가 발견됐다.

이 밖에도 '수달'과 '삵', '흰목물떼새' '황조롱이' '원앙' '남생이' 등 9종의 법정보호종이 사는 팔현습지에 '교량형 산책로 겸 자전거도로'가 계획중이다.

길이 없던 강변 절벽지대에 인간의 발길이 닿으면 이 일대 야생 생태계에 심각한 교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업을 생태환경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벌인다는 것도 상식 밖이다.

절벽과 금호강 사이에 있는 왕버들숲은 100년 이상 된 하천숲으로 매우 중요한 하천 생태계다. 산책로 겸 자전거도로용 교량은 이 왕버들숲을 관통한다. 숲이 훼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밀양 고려내화 벽돌공장

1일 오후 4시 경남 밀양시 교동 내화벽돌공장을 방문했다. 이곳은 1930년에 문을 연 밀양 최초의 내화벽돌공장이다.

오랜 기간 밀양을 유명한 내화벽돌 산지로 알려온 이 공장은 중국산 벽돌 수입으로 문을 닫았다. 최근 주택건설을 하는 업체에 팔려 곧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

이 공장은 오랜 기간 밀양의 주요 산업을 주도했고 일제강점기의 건축구조를 잘 간직하고 있어 건축사적 의미도 크다. 그러나 공장건물과 토지가 주택건설업체에 매매돼 투자신탁회사에 신탁된 상태다. 밀양시로부터 건축허가도 받았다.

영남대로복원 범시민추진위원회는 "이곳이 보존되면 밀양시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한국예총 밀양지부 산하 8개 단체를 이곳으로 옮기고, 밀양에 한곳도 없는 대장간, 예술가들의 전시공간, 어린이 체험공간, 민속놀이 마당공간 등으로 활용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 다랑이논

2일 오전 전남 구례군 산동면 관산리 사포마을을 찾았다.

14만3600㎡에 이르는 사포마을 다랑이논은 엄청난 규모였다. 사포마을 바로 옆 정산마을과 반평마을의 다랑이논을 다 합치면 관산리 일대 다랑이논은 54만9500㎡에 이른다. 이는 국가 명승으로 지정된 남해 가천마을 다랑이논(22만7554㎡)의 2배 이상 면적이다.

고령화와 경작자 감소로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다랑이논은 소규모 댐 역할과 습지로서의 환경적 가치, 경관적 가치, 관광자원의 가치 등을 가진 보물이다.

이곳의 현안은 관산리 지리산국립공원 경계 170m 밖에 추진중인 지리산골프장이다. 다랑이논 위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다랑이논으로 공급되는 계곡물이 줄어들거나 오염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50만㎡(45만평)의 숲에 골프장을 추진중인 구례군은 골프장 허가도 받기 전에 이 일대 벌목을 허가했다. 현재 수만그루 나무가 잘려나갔다. 벌목이 이루어진 지역은 생태·자연도 1등급 약 21만㎡, 지리산국립공원에서 겨우 170m 벗어난 지역이다.

사포마을 주민들은 "구례군이 벌채를 허가한 숲은 수백년 된 아름드리나무들로 가득하고 멸종위기 1급 수달과 2급 삵과 담비 등의 서식이 확인된 곳"이라고 말했다.

충북 옥천군 동이면 골프장 예정지

4일 오전 충북 옥천군 동이면 옥천골프장 추진 예정지를 찾았다. 예정부지(옥천군 동이면 지양리 산56번지 일대)는 동이면 석탄리, 남곡리, 지양리 주민들이 사는 전통마을과 산지 사이에 위치한다. 석탄리에서 예정지까지 올라가는 산길은 매우 가팔랐다.

27홀 규모의 대규모 골프장이 건설되면 골프장 아래 마을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한 지형 조건이다. 2011년 옥천군민들은 상복을 입고 골프장 건설에 반대했고 결국 백지화시켰다. 11년 만에 다시 추진하는 골프장 건설계획은 과거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주민들 의견수렴도 없이 11년 전 골프장 조성업체와 맺은 토지매입계약으로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려고 한다"며 "이 일대는 생태환경이 매우 잘 보전된 지역으로 생태관광지구로 지정된 곳"이라고 강조했다.

시민조사단 1차조사에서 멸종위기종 '팔색조' '수리부엉이' '새호리기' '붉은배새매' '애기뿔쇠똥구리'가 확인됐다. 또 50년 이상 안정된 숲이 골프장 건설로 망가지면 경사가 급한 계곡부를 따라 산사태 등이 발생할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은 △멸종위기 생물을 활용한 생태관광지구 활성화 △깊이 있는 환경조사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을 위한 용역을 요구하고 있다.

청주 산업단지 내 백로 서식지

4일 오후에는 청주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안에 있는 백로 서식지를 방문했다.

이 일대는 50년 전부터 백로들이 번식해온 청주의 대표적인 백로 서식지다. 지금도 3500여마리의 백로들이 900개 이상의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운다. 백로 먹이터는 인근에 있는 무심천과 미호강 일대다.

청주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공동주택 단독주택 학교가 백로 서식지를 포위하는 형국이 됐다.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이 소음과 악취 등의 민원을 제기해 서식지 가장자리 숲이 간벌되기도 했다.

다행인 것은 청주시가 시민들과 백로 서식지의 공존을 위한 용역을 추진중이고 가능하면 백로 서식지를 보전하는 쪽으로 용역 결과가 정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해오라기' '흰날개해오라기' '황로' '왜가리'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등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백로 7종이 모두 서식한다. 서식지 주변으로 100m 정도 완충지대가 있는데, 이곳을 단독주택지가 아닌 습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공릉천이 한강과 만나는 구간. 제방이 포장도로가 되면 자동차들이 달리고 생태계가 단절된다. 습지 갈대숲에 둥지를 튼 수천마리 새들은 떠나게 된다. 공릉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경기 파주시 공릉천 하구습지

6일 오전 방문한 공릉천 하구는 하천정비사업이 진행중이었다.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은 195억원을 들여 공릉천 제방에 콘크리트 포장을 하고, 가로 2.5m 깊이 2.5m의 콘크리트 배수로 공사를 진행했다. 배수로는 사람이나 동물이 빠지면 도저히 올라올 수 없는 구조다. 현재 임시 펜스를 설치해 접근을 막고 있다.

한강청은 또 공릉천 하구 좌우의 제방을 1m 이상 높이고 6m 폭으로 넓혀 콘크리트 포장을 계획하고 있다. 제방이 포장도로가 되면 자동차들이 달리고 생태계가 단절된다. 습지 갈대숲에 둥지를 튼 수천마리 새들은 떠나게 된다.

공릉천 하천정비사업은 단 하루의 식생조사로 만들어진 '소규모환경영향평가'(2016년 12월)를 기초로 한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서는 법정보호종 3종(큰기러기 노랑부리저어새 황조롱이)만 확인했다. 삵 수달 수원청개구리 금개구리 저어새 두루미류 등은 모두 빠졌다.

공릉천 하구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500여종의 새 가운데 1/4이 관찰되는 '새들의 메카'로 불린다. 국가가 보호종으로 지정한 야생동물은 '수원청개구리' '금개구리' '붉은발말똥게' '삵' '흰꼬리수리' '개리' '저어새' '뜸부기' 등 30여 종에 이른다.

공릉천공대위는 "수도권에 이렇게 뛰어난 생태의 보고는 없다"며 "공릉천 하구가 자연하천의 모습을 지킬 수 있도록 공릉천 좌우 농경지 일부를 시민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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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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