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매입 뒤 시민공감 얻는 일도 중요

2023-08-14 11:34:12 게재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환경에만 국한되지 않아

#1. 무등산 공유화 운동 _ 1980년 5.18 민주화 운동 이후 '무등산 종합 개발계획'이 수립됐다. 1989년 55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무등산 보호단체 협의회'가 조직화됐다. 1999년 '땅 한평 사기운동'이 진행되며 무등산공유화재단이 창립되었다. 광주의 상징인 무등산을 보존하기 위해 시민들이 공유 자원을 확보하고 운영하기 위해 일어난 시민운동이다.

#2. 신태백 변전소 건설 저지 운동 _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 만나는 해발 1100여미터의 생태적으로 중요한 공간에 변전소가 건설될 예정이었다. 녹색연합 소유 약 3300㎡(1000여평)의 토지를 시민 매각을 통해 242명이 공동 등기했지만 강제수용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3. 대지산 땅 한평 사기 운동 _ 경기도 용인과 분당 사이에 있는 대지산 일대의 택지 개발 반대운동으로 시작됐다. 난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활동으로 땅 한평 사기 운동과 함께 진행됐다.

시민들의 힘으로 광주의 무등산을 보존한 사례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에 기반했다. 사진은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1일 오후 광주 무등산 원효계곡에서 피서객들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휴식하는 장면.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대지산 정상 부근 약 330㎡(100평)를 매입했지만 소송 패소에 따른 강제수용으로 소유권이 박탈됐다. 환경정의 활동가의 17일간 '나무 위 시위'를 통해 대지산 일대 개발이 저지된 일로 더 많이 알려졌다.

위의 사례들은 국내에서 벌어진 내셔널트러스트 운동들이다. 대부분 환경과 연관이 되어있지만 사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환경보호에만 중점을 두지 않는다. 영국 등 해외에서는 문화유산 등을 보전하기 위한 활동도 활발하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시초로 알려진 영국의 경우 역사정원 보전 활동이 두드러졌다. 역사정원은 자연적 특성과 역사적 중요성을 함께 가진 곳이다. 1930년대 내셔널트러스트 운동법이 개정되고 컨트리 하우스 보전사업이 시작되면서 역사정원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또한 1948년 가든즈 스킴의 명칭 하에 왕립원예협회와 공동으로 정원위원회가 조직되면서 정원의 식물은 물론 디자인, 역사적 의미의 중요성이 인정받게 됐다. 로렌스 존스톤의 히드코트 매너가 내셔널트러스트 정원 1호다.

내셔널트러스트에 의해 주도된 역사정원 보전 운동은 국가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1983년 문화유산법이 제정되면서 역사정원 등은 등록문화재로 관리되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힘이 새로운 문화정책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나아가 역사정원이 문화유산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대부분의 정원에서 여러 행사들이 열린다.

한국전통조경학회지에 실린 논문 '영국 역사정원 보전정책과 관리현황에 대한 연구 -내셔널트러스트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영국 얼디그(Erddig) 정원에서는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려주는 문화 행사가 가족들을 대상으로 선보인다.

빅토리아 시대의 시장 모습, 증기기관차 타기 등 빅토리아 복장을 한 사람들이 정원 전체에서 당시 시대 상황을 재현한다.

이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 미래세대들에게도 공감을 얻어 지속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영국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 보전 목적을 벗어나지 않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지속적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대가 요구하는 사항을 받아들여 시민들의 인식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물론 우리나라와 영국의 상황은 다르다. 하지만 중요한 원칙은 같다. △토지 매입을 통해 자연과 문화유산 훼손과 독점적 소유 근절 △사회적 자산으로 영구보전 추구 등이다.

토지 매입을 통해 자연이나 문화유산을 공유화하는 게 끝이 아니라는 소리다. 해당 운동의 진정성은 물론 보존 유산이 제대로 관리되기 위해서는 시민들과 함께 찾아서 만들고 관리해나가는 문화를 잘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이는 곧 운동의 지속성과도 맞물리는 문제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기본적으로 시민들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다. 모든 시민운동이 그렇듯 국가 지원보다 시민들의 후원금이 주류를 이루는 게 궁극적인 방향이다. 그래야 잘못된 정부 정책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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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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