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 '검정사택'과 학익동 '제국제마사택'

2023-08-14 11:34:12 게재

두곳 모두 철거 '초읽기'

6일 오후 인천을 방문해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노동자 사택 두곳을 보았다.

인천 학익동 제국제마 일본인 공원사택 3채 가운데 한곳. 뒤로 재개발로 들어선 고층아파트가 우뚝하다.

인천광역시 부평구 청천동과 산곡동 경계에는 '검정사택'이라는 이름을 가진 일제강점기 노동자 주택이 있다. 2020년 7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재개발로 대부분 철거되고 이제 3채만 남았다. 철거되는 순간까지 일제강점기 어느 회사의 사택인지도 알지 못했다. 철거 이후 전범기업인 도쿄제강이 1943년 부평에 공장을 지으면서 사택 87채를 지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전쟁과 산업화를 거치며 도쿄제강은 잊혀지고 건물 외관이 검정색이라는 이유로 '검정사택'이라고 불렸다.

현재 재개발 부지에 포함되지 않은 가옥 3채가 남았지만 인근 상가 개발로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일제강점기 군수기지 확산의 증거이자 한국전쟁기 피난민 삶터, 산업화시대 노동자들의 거처였던 역사적 건물을 현 위치에 보전할 방법은 과연 없는 걸까?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에는 1939년 설립된 제국제마주식회사가 지은 사택들이 남아있다. 이 사택들도 학익3구역 재개발지에 포함돼 곧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때 지어진 공원사택은 서편에 3채, 동편에 16채가 남아있다. 80년이 넘는 세월을 지켜온 사택들은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쓸쓸한 최후를 맞고있다. 사택에 거주하던 주민들 모두가 이주했고 곧 철거를 앞두고 있다.

응모자는 이 사택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그는 "제국제마주식회사 사택의 역사적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주민 이주가 끝난 뒤였다"며 "개인작업으로 3D 공간 스캔을 통해 조선인 사택 골목의 로드뷰 지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곳만은 꼭지키자] 골프장 예정지 2곳, 환경부 하천정비 구간도 2곳
자산 매입 뒤 시민공감 얻는 일도 중요

인천 = 글 사진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남준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