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물값 … 지방하천 정비는 '미흡'

2023-09-04 11:31:28 게재

지방이양 뒤 부산 등 관련 예산 큰 폭 감소

수도꼭지만 열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시대. 하지만 아직도 물 안에는 미묘한 갈등들이 숨어있다. 대표적인 예가 상수도 이용 요금이다. 서울 등 도심 지역은 저렴한 비용으로 상수도를 이용하지만 지역은 더 비싸게 돈을 내야 한다. 똑같은 물인데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물값에서도 차별을 받는 셈이다.

4일 '2021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전국 수돗물 평균단가는 톤(㎥)당 721원이다. △특·광역시 629원 △시 771원 △군 944원 등으로 특·광역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세한 시와 군 지역의 수도요금이 높은 편이다. 각 지역 간 기반 시설이나 인구 규모, 취수원과의 거리 등에 따라 생산원가와 수도요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물을 둘러싼 지역 격차가 하천 관리에서도 벌어진다는 점이다. 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비싼 값을 내고 물을 마시는데 정작 제대로 된 하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홍수 등으로 인한 피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22년 지방하천 홍수 피해액이 2731억원으로 국가하천(529억원)의 516% 수준이다.

지방일수록 하천 정비에 신경을 더 써야 하지만 2020년 지방이양 뒤 부산광역시 등의 관련 예산 집행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4일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이후 경기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부산광역시 등에서 하천 정비 예산 투입이 감소했다.

특히 부산광역시의 경우 2019년 266억원에서 2022년 66억원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경기도는 2019년 1518억원에서 2022년 1081억원으로 감소했다. 전라남도는 2019년 1387억원에서 2022년 1167억원으로, 경상북도는 2019년 1485억원에서 2022년 1307억원으로 줄었다.

2021년 기준 국가하천 정비율은 95.0%이다. 하지만 지방하천은 77.5% 수준에 불과하다.

환경부는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한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전환하기 위해 2024년 예산안에 103억원(설계비)을 우선 편성했다. 국가하천정비 사업 예산은 올해 4510억원에서 내년 6627억원으로 46.9%나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국회 논의를 거쳐 12월에 예산이 확정되므로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국가하천으로 승격되면 정부 재정이 100% 투입된다. 국가하천 전환 지역 대상은 10곳으로 아직 정해지지는 않은 상태다. 문제는 그동안 하천 관리를 소홀히 한 지역일수록 정비가 시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지방분권 취지와 달리 문제가 생기면 중앙정부가 해결해 준다는 잘못된 정책 시그널이 발생할 우려도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에서 전환사업 운영기준을 통해 지방이양 사업 관련 성과관리를 시행 중"이라며 "사업 집행 실적 등에 따라 지방소비세 지역별 배분액 등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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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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