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잡기 검찰수사 2년 '흔들'

2023-09-27 11:01:29 게재

진술 의존에 법원 '직접증거 부족'

검찰 "흔들림 없이 진실 규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2년여간 이 대표를 겨냥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벌였음에도 법원의 첫 잠정 판단에서 판정패를 당하면서 검찰은 '정치 수사를 해왔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남은 수사의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유창훈 부장판사는 27일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검찰이 적용한 이 대표의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유 부장판사는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에 대해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 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선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유 부장판사는 또 증거인멸 염려와 관련해서도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및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추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대북송금의 경우 "이화영의 진술과 관련해 피의자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다"면서도 "피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한 점, 이화영의 기존 수사관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진술의 변화는 결국 진술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인 점,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및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검찰이 140쪽이 넘는 구속영장과 1500여쪽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영장심사에서 500여쪽 분량의 프레젠테이션 자료까지 활용해 이 대표의 구속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법원으로부터 증거인멸의 가능성은 물론 혐의소명 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판단을 받은 셈이다.

검찰이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관련자 진술에만 의존해 수사해온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원이 그나마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함에 따라 검찰이 치명상은 피했지만 '정치수사' '표적수사'라는 비판에서는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야당 탄압과 정적 제거에 혈안이 된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이 대표를 겨냥한 비열한 검찰권 행사를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재청구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성남FC 사건으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로 자동 기각되자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이번에도 검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해 혐의 사실을 보강한 뒤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 대표와 관련한 남은 수사 역시 동력을 잃고 당분간 표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장 이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 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씨 등 핵심 관계자들은 더욱 입을 굳게 다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대장동 '428억원 약정' 수사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민간업자로부터 428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약속받고 특혜를 몰아줘 성남도시개발공사에게 4895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수사해왔다. 하지만 김씨가 428억원은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고, 이 대표에게 약정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지목된 정 전 실장이 진술하지 않으면서 검찰 수사는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백현동 개발 사건에서 배임 동기로 의심되는 이 대표의 경제적 이익 부분에 대한 수사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검찰은 백현동 민간업자 정바울씨가 '로비스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에게 200억원을 건넸는데 이 중 50%는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몫이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영장기각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고 매우 유감"이라면서 "앞으로 보강수사를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실체진실을 규명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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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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