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년 미의회 사상 첫 하원의장 해임

2023-10-04 10:47:54 게재

공화당 강경파 반란에 민주당이 가세 … 예산안 정국 짙은 안갯속으로

미국 권력순위 3위인 케빈 매카시(공화)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전격 해임됐다.

234년 미국 의회 역사에서 하원의장 해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하원은 이날 전체 회의를 열고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가결 처리했다. 당론으로 '해임찬성' 입장을 정한 민주당 의원 전원과 '반란'을 주도한 공화당 강경파 의원 8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케빈 매카시(가운데) 미 하원의장이 3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하원의장직에서 축출된 후 의회를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날 공화당 강경파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은 매카시 의장이 추진한 임시예산안 처리에 반발해 해임결의안을 제출했다.

그러자 매카시 의장은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다음날 곧바로 표결에 나섰다. 공화당 내부 강경파와 매카시 의장의 갈등은 지난 1월 6일 하원의장 선거 때부터 수면 위로 올라왔다. 15차례의 투표 끝에 간신히 의장에 선출된 것도 공화당 강경파의 반감 때문이었다.

이번 해임안에 대해 일부에선 민주당이 매카시 의장을 도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양측 모두 주고받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은 매카시 의장이 최근 추진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조사 등을 이유로 매카시 의장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리고, 찬성 당론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의회는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10월 1일 이전 연방정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공화당 강경파가 대폭 예산 삭감 주장을 하면서 교착 상태에 머물렀다.

셧다운(연방정부 기능 마비)이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에서 매카시 의장은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제외한 45일짜리 임시 예산 처리에 나서며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며 해임결의안 추진에 나섰고, 결국 매카시는 하원에서 처음으로 불신임 당한 의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물러나게 됐다.

초유의 해임 사태로 인해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물론, 하원 전체가 당분간 예측할 수 없는 대혼란 상태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하원 운영위원장으로 매카시 의장 측근인 공화당 톰 콜 의원은 "해임안에 찬성한 사람들을 포함해 누구도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그들은 대안도 없으며, 단순히 혼란을 위한 투표일 뿐"이라고 규탄했다.

후임 선출이 시급하지만 다수당인 공화당 내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또 다른 딜레마다.

오죽하면 CNN 방송은 "매카시 의장 본인이 재출마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매카시 의장이 재출마하더라도 강경파 의원들과 관계 개선이 없으면 의장에 다시 선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내달 중순이면 임시 예산 기한이 종료하는 만큼 내년 예산안 협상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지만 하원 지도부 공백으로 정상적인 협상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셧다운 사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공화당 강경파는 2024 회계연도 정부 지출을 2022년 수준인 1조4700억 달러로 줄이지 않는 한 어떤 예산안 처리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하원의장 해임사태로 인해 공화당에서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진 상태다. 여당인 민주당과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간 신뢰도 무너진 상태다. 미국 정국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만큼 짙은 안갯속에 빠졌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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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한면택 특파원 · 정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