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 취임때부터 강경파와 악연 이어져

2023-10-04 10:47:54 게재

부채한도 확대·임시예산안

대립보다 타협 정치 보여

미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임된 하원의장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공화당 케빈 매카시 의원은 이번 반란사태의 주역인 당내 강경보수파와 취임 때부터 악연으로 얽혔다.

캘리포니아가 지역구인 매카시는 캘리포니아주립대 재학 중 빌 토머스 의원실에서 인턴을 하며 정치권에 입문한 뒤 토머스 의원의 보좌진으로 15년간 의회에 몸담았다.

2002년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에 당선됐으며 2006년 토머스 의원의 은퇴로 공석이 된 캘리포니아 22선거구에서 하원 의원에 출마, 현재까지 9선 고지에 올랐다.

2014년 하원 진출 8년 만에 원내대표로 선출돼 주목받았으며, 2018년 다시 원내대표로 뽑혀 지난해 중간선거 승리에 기여했다.

2015년에는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했으나 공화당 주도로 설치된 하원 벵가지특위가 당시 유력한 민주당 대선주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사실상 겨냥한 것이라고 말한 게 논란이 돼 경선을 포기해야 했다.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해 한때 호위무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2020년 '1.6 의회 난입 사태'를 거치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한때 거리를 뒀다. 올해 초 하원의장 선거 당시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에도, 당내 강경파들의 '몽니'로 15차례의 투표 끝에 간신히 하원 의사봉을 잡게 돼 일찌감치 이들과의 악연이 예상됐다.

그는 야당인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으로서 여당인 민주당이나 백악관과 극한 대립보다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6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연방정부 부채한도 확대를 놓고 공화당이 끝없는 대립을 이어가던 중 전격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해, 가까스로 연방정부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피해 갔다.

그러나 매카시 전 의장의 이런 태도는 당내 강경파의 주요 공격대상이었다.

내년도 예산안 협상 국면을 맞으면서 강경파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고, 매카시 의장이 이들에게 휘둘렸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2024 회계연도 예산안 심사에서 공화당은 정부 예산 대폭 삭감 및 국경예산 부활, 국방부 진보 예산 삭감 등을 요구하며 셧다운(연방정부 기능 마비) 사태 일보 직전까지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공화당 소수 강경파들은 일찌감치 해임결의안 카드로 매카시 의장에게 엄포를 놓아왔고, 그로 인해 미국 정계에선 매카시 의장의 운신의 폭이 크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매카시 의장은 전격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는데, 예산안 협상에서 강경파를 달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그는 2023 회계연도가 종료하는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제외하고 정부 예산을 동결한 45일짜리 임시 예산안을 극적으로 처리하며 셧다운 사태를 피하는 일등 공신이 됐지만, 결국 그 후폭풍에 휘말려 하원의장 자리에서 해임되는 커다란 정치적 내상을 입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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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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