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예산 편성과정 '위법 투성이'
과기법·국가재정법 위반
"당초 계획 무관 조기종료"
▶ "[2024년 예산안, 이것이 문제다 | ① R&D 예산 삭감] 예측성·일관성 다 놓친 깜깜이 예산" 에서 이어짐
국회예산정책처 2024년 예산안 총괄분석보고서는 "중장기 투자전략을 총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간 정책 조율 및 연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2023년에 수립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의 R&D 분야 투자계획에 큰 변동사항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구체적인 변동사항과 변동요인, 그리고 향후 관리계획 등에 대한 평가·분석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년도에 수립한 국가재정운용계획 대비 변동사항, 변동요인 및 관리계획 등에 대한 평가·분석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한 국가재정법(제7조제3항제1호)을 위반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8월 22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를 개최하고, 같은 날 심의·의결된 '2024년 주요 R&D 사업에 대한 예산 배분·조정(안)'을 기획재정부에 통보함에 따라 과학기술기본법을 위반했다"고도 했다. '과학기술기본법 제12조의2제5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연도 주요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예산을 배분, 조정하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를 거쳐 6월 30일까지 기획재정부에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4~2022년 주요 R&D 사업에 대한 배분·조정(안)에 대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 심의일정을 살펴보면 모두 정해진 법정 기한일이나 그 이전에 심의회의를 개최해 R&D 예산 배분·조정(안)을 확정했다.
연구개발사업에 포함되어 있는 각 부처의 정책연구개발 사업과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과 학술활동 지원사업을 비R&D 사업으로 재분류해 R&D 예산 감소 착시를 일으킨 부분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R&D에서 비R&D로 전환한 사업 목록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예산정책처가 정부 발표와 교육부 제출자료, 각 부처의 정책연구개발 사업 등을 종합해본 결과 총 41개 사업이 비R&D로 전환됐고 규모는 1조8811억원이다.
예산정책처는 "이번 비R&D사업으로의 재분류는 2024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지침의 '연구개발사업 분류 및 통계처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41개 사업을 비R&D로 재분류하기 위해서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 개정 및 '2024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지침'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내년 R&D 예산안 중 계획과 달리 조기종료된 사업이 16개에 달했다. 이 중 13개 사업은 R&D정책방향 및 환경 변화, 재정여건 등에 따른 지출효율화의 일환으로 당초 계획에 비해 조기에 종료됐다. 연구장비 활용 바우처지원 사업, 온라인 수학·과학 가상실험 환경구축 사업 등 착수 후 1~2년만에 종료되는 등 "R&D 사업의 기획이 미비하고,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됐다.
계속 사업의 감액 편성도 문제다. 올해 R&D 사업(1486개)의 54.7%인 813개 세부사업의 내년 예산안은 전년 대비 감액 편성됐다. 50% 이상 감액된 사업이 318개로 전체의 39.1%를 차지했다. 90% 이상 감액된 34개 사업은 사실상 사업의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대부분의 사업이 폐지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중 27개는 당초 계획과 무관하게 예산이 대폭 감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ICT R&D 혁신바우처 지원 사업, 전략 핵심소재 자립화 기술개발 사업 등 정부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이뤄지는 R&D 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다수 사업의 예산을 대폭 감액 편성하였는데, 이에 따라 기존 투자 성과가 매몰되거나 목표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