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죽었는데 무슨놈의 치료 …"

2014-05-14 12:22:00 게재

희생자 유가족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본격화 … "모든 책임자 처벌해야 상처 치유 돼"

세월호 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본격화 되고 있다. 최근들어 일부 유가족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해 이들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치료가 진행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는 "학생 등을 잃은 안산의 유가족 238가구 가운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 심리안정팀과 접촉한 가구는 현재까지 67.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아직도 상당수의 유가족들이 적극적인 치유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 9일과 11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유가족도 나왔다. 미리 발견돼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많은 유가족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유가족들은 합동 분향소에 나와 서로 "극단적인 선택은 안된다"며 "의지하며 이 고통을 이겨내자"고 힘을 주고 있지만 이런 활동도 모든 유가족을 세밀하게 돌볼 수 없다게 한계다.

또 일부 유가족은 "아이가 죽었는데 무슨 치료 상담을 받냐"며 치료에 소극적이다. 실제로 유가족들은 자신의 건강이나 심리 상태보다는 억울하게 희생된 아이들의 죽음과 진실 규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분향소에 나와 진실규명 서명운동을 벌이던 한 유가족은 "상담 전화번호는 안내해 줬지만 지금은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며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유가족도 "엄마들 몸이 성한 게 뭐가 중요하냐 새끼가 다 죽었는데"라며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유가족도 "당장 쓰려져 죽어도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없다"며 "진상 규명이 중요하기 때문에 내 몸 추스를 생각도 않는다"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장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나 정신적인 문제가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즉 회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아니라 아니라 외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정혜신 신경정신과 박사는 유가족 심리치유의 한 방법으로 이번 사건의 진실규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 참사에 결정적인 책임이 있거나 치명적인 상처를 준 사람들을 끝까지 찾아내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요구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의 책임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정신과 의사가 1대1 심리상담을 수백시간하는 것보다 더 치유적인 일"이라고 했다. 또 "유가족들이 '내 자식이 억울하게 죽었지만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은 세상에서 산다'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아이들을 편하게 놓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지금은 유가족을 대상으로 상담이 아니라 깨어진 일상에서 정상적인 일상으로 복귀시켜야 한다"며 "이들의 이웃이나 친인척이 곁에서 밥도 해주고 청소도해주는 등 일상 생활이 정상으로 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중요한 치료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치유는 의료적인 모델로 가면 안된다"며 "사회적 치유 모델로 가야 보다 안전하고 근본적인 치유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에는 국립서울병원과 신경정신의학회 소속 의사, 중앙자살예방센터와 경기도 광역정신보건센터 심리요원 등 전문가 50∼60명이 상주하며 유가족 심리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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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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