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진핑 집안 2대에 걸친 인연

2015-02-02 14:17:08 게재

시중쉰 홍콩 본따 경제특구 건설 … 시진핑 상하이자유무역시험구 지정·확대

홍콩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대에 걸친 인연이 있다.

1978년 광둥성 당서기로 부임한 시진핑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勳)은 중앙의 홍콩·마카오 정책결정에 참여했다.

1978년과 1979년 상반기 엄청난 경제력 차이 때문에 광둥에서 홍콩으로 밀항하는 붐이 일었다. 1979년 1월부터 5월까지 성 전체에 밀출경한 사람은 12만명에 달했고, 도망한 사람도 3만명이나 됐다.

은퇴 후 광둥성 선전에서 생활한 시중쉰을 찾은 시진핑 주석 가족이 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선전시를 시찰한 시중쉰은 "해방된 지 30년이 다 됐는데 홍콩은 저토록 번영하고 우리 쪽은 낡아빠졌다"라고 털어 놓았다. 그는 밀출경에 성공하지 못하고 붙잡혀와 갇혀 있는 농민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시 주석의 동생인 시위안핑(習遠平)이 지난해 12월 베이징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강당에서 열린 '시중쉰 화보전기(習仲勛畵傳)' 출판좌담회에 참석해 밝힌 내용 중 일부이다.

"왜 군중이 목숨을 건 탈주를 하려는 것일까? 하루하루 살기 힘들어 나가는 것이다. 도망이 아니다. 우리의 생활수준을 높이지 않는다면 지금 막더라도 내일 다시 넘어갈 것이다."

시중쉰은 "외지로 빠져나가는 군중을 적으로 삼을 수 없다"며 그들을 모두 풀어 주었다.

시중쉰은 선전·주하이(珠海)·산터우(汕頭)에 홍콩처럼 '무역합작구'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덩샤오핑에게 직접 보고했다. 덩샤오핑은 '특구'라는 명칭을 주며 시중쉰에게 "중앙은 돈이 없으니 스스로 혈로를 뚫으시오"라고 말했다.

2010년 기자가 선전을 방문했을 때 한 공원에 전시된 사진 설명에는 "1979년 4월 덩샤오핑은 시중쉰이 제출한 홍콩 마카오 부근 선전, 주하이, 산터우 수출 가공단지 건설에 관한 의견에 찬성을 표시했다"고 적혀 있었다.

시중쉰은 훠잉둥(藿英東) 유룽(有榮)그룹 회장 등 홍콩의 기업가들을 만나 돈으로 애국할 것을 호소하며 특구에 자본을 유치했다. 그는 은퇴 후 1990년부터 2002년 사망할 때까지 12년간 선전에서 생활하며 홍콩과 경제특구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다.

시중쉰이 1978년부터 2년 8개월 동안 광둥성을 통치하는 동안 칭화대에 재학 중이던 시 주석은 자주 광저우에 내려가 부모와 상봉하고 주장삼각주, 하이난도 등을 둘러보았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홍콩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다.

1985년 10월 시 주석은 푸젠성 샤먼시 부시장을 지낼 때 홍콩을 방문한 적이 있었고, 1990년대 초기에 푸저우시 서기를 지낼 때 방문단을 이끌고 홍콩에 가서 투자유치를 한 적이 있었다. 2000년에 그는 푸젠성장 신분으로 홍콩을 방문했고, 2005년 1월에는 저장성 당서기 신분으로 방문단을 이끌고 홍콩을 방문해 '저장주간' 행사를 했으며, 항저우 공항과 홍콩 공항의 합자에 성공했다.

시 주석은 푸젠성에서 17년 동안 근무하는 동안 홍콩의 푸젠방(福建幇) 기업가인 황이홍(黃宜弘), 양쑨시(楊孫西), 스쯔칭(施子淸), 루원루이(盧文端), 황즈샹(黃志祥) 등과 교류했고, 저장성에 근무할 때는 저장성 출신 기업가인 홍콩흥업(HongKong Resort) 차지민(査齊民) 회장과 교류했다. 차지민은 2007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가족은 홍콩 정계와 언론계, 기업계에 여전히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시 주석은 2007년 17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이 된 쩡칭홍이 맡고 있던 중앙 홍콩·마카오 업무조정소조 조장을 이어받았다. 그가 업무를 관장하는 동안 2017년 홍콩특별행정구행정관의 보통선거가 최종 결정됐다.

시중쉰이 홍콩을 본 따 중국에 경제특구를 만들었듯, 시 주석은 집권 후 상하이에 자유무역 시험구를 만들었다. 오는 3월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를 대폭 확대하고 톈진, 푸젠성, 광둥성에도 자유무역시험구를 새로 지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에 새로 편입되는 지역은 금융 서비스업과 선진제조업, 하이테크 연구개발 산업 등이 집중돼 있다.

시 주석이 지난해 5월 23일에 시험구를 둘러보고 '혁신' 중심지로서 역할 제고를 당부하며 자유무역시험구를 제2의 개혁개방 시험무대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국 대륙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홍콩으로서는 자유무역시험구가 늘어나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은 소식이다. '온니 원(only one)'에서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을 너무나 잘 아는 시 주석이 홍콩에 독이 될지, 더 많은 번영을 가져다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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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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