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홍콩엔 있지만 한국엔 없는 것들

2015-02-02 14:18:04 게재
화려한 야경, 맛있는 음식, 쇼핑천국.

한국인이 갖고 있는 홍콩에 대한 인상이다. 하지만 홍콩에는 우리가 배울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 기자가 이번 취재에서 가장 눈여겨본 것은 홍콩의 서비스산업이다.

1842년 아편전쟁의 결과로 영국에 할양될 당시 홍콩은 사실상 아무도 살지 않던 버려진 섬이었다. 현재는 서비스 부문이 GDP의 93%를 차지하는 서비스주도형 경제로 탈바꿈해 아시아 무역 및 금융의 중심 지역이자 세계의 요충지로서 위상을 확보했다.

홍콩에는 세계 100대 은행 아태본부 73개가 있으며 무디스, 피치, S&P 등 3대 신용평가사 아태본부가 있는 금융의 중심지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위안화 국제화에 따라 인민폐 역외 국제금융센터 역할도 강화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경제자유지역으로 홍콩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은 7585개가 넘는다. 세계 100대 로펌 중 60개가 활동할 정도로 기업 활동 지원을 위한 법률서비스가 잘 발달돼 있다.

홍콩에는 있지만 한국에는 없는 것들이다.

한국이 단기간에 수용할 수 없는 것들이 또 있다. 홍콩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헤리티지재단의 경제자유도(Index of Economic Freedom) 평가에서 20년 동안 1위를 차지했다. 독립된 사법부의 재산권 보장 및 법의 지배 원칙을 확립해 효과적인 사업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내국인과 외국인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강력한 투자자 보호 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며,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운 유연한 노동시장을 갖추고 있다.

부가가치세나 관세, 금융소득과 증여소득세가 없고 법인세와 급여소득세만 부과하는 간결하고 단순한 조세체제이다. 국경간 자본유출입에 대한 제약이 전혀 없는 완전한 자본 자유화를 실현하고 있다. 모든 중요 거래가 영어로 진행돼 서비스 분야에서 핵심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 최고의 경제자유가 서비스산업 주도형 경제를 만든 배경이다.

한국이 홍콩의 서비스주도형 경제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서비스산업은 사회 시스템의 변화가 동반돼야 발전할 수 있지만 한국 사회가 홍콩이 갖고 있는 장점을 도입하기에는 저항적 요소가 너무나 많고 강력하다. 홍콩처럼 자산관리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상속세를 폐지(2006년 2월) 할 수 있을까?

한국이 서비스주도형 경제로 가야 한다는 근거도 부족하다. 홍콩은 제조업을 인근 광둥성 등으로 모두 이전한 상황에서 인구 720만명의 도시경제체제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현재와 같은 제조업 중심의 경제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너무 가까운 곳에 세계의 공장 중국이 있다. 한국이 중국보다 앞서 있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제조업을 강하게, 서비스산업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이를 융합해서 최고의 포뮬러(Formula)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한국의 서비스산업은 취약하지만 IT산업 등 강력한 제조업에 의해 뒷받침되는 서비스산업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도시형경제체제를 추격할 수 있다. 선진국이 포기한 제조업도 새로운 기술과 제조 방식을 접목시키면 중국 등 추격자를 따돌릴 수 있다.

지금 한국이 해야 할 일은 제조업으로 성공했고, 향후에도 그럭저럭 살 수 있다는 '성공의 함정(Success trap)'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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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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