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정유산업 | ① 상반기 일시적 반등, 이후는

원유가 변동에 달려 … 글로벌 공급과잉 "팔 곳이 없다"

2015-06-23 10:46:51 게재

중동·중국 설비증설, 수입 줄여 … 수출 의존 한국, 수요처 개척 과제로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보인 정유사들이 올 상반기 극적 반등을 보였지만 사실상 위기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정유 4사의 정유부문 올 1분기 매출액은 21조168억원, 영업이익은 549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6%였다. 1분기 실적이어서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최근 5년 동안 영업이익률 가운데 가장 높다.

1분기 실적을 각사별로 보면 SK이노베이션 정유부문은 8조9851억원 매출에, 1526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1.7%였다. GS칼텍스는 5조4484억원 매출에 1825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이 3.3%였다. 에쓰-오일은 3조4641억원 매출에 1190억원의 영업이익을 공시했다. 영업이익률이 3.4%로 정유 4사 가운데 가장 높다. 현대오일뱅크는 매출액 3조1192억원, 영업이익 950억원, 영업이익률 3.0%를 기록했다. 2분기도 정유4사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를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1분기 정유부문 영업이익률 2.6% = 최근 5년 동안 정유 4사의 실적과 비교하면 1분기 반등의 의미가 크다. 고환율 정책으로 수출경기가 좋던 2010, 2011년 정유4사 영업이익은 1조9473억원, 3조31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각각 2.2%와 2.3%였다.

2012년과 2013년은 유럽경기 둔화 등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정유4사의 실적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두 해 모두 4331억원, 1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4년은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등으로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정유 4사는 2조3299억원의 손실을 공시했다. 영업이익률은 -2.1%였다.

숭실대 온기운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가 안정화 하면서 상반기 정제마진을 회복했다"며 "그렇지만 공급과잉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석유화학산업을 구조조정하면서 연간 4만톤 이하 시설은 폐쇄하면서 대규모 설비를 갖춘 곳은 도리어 설비를 확장해 공급과잉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중국뿐 아니라 석유제품 수입국인 중동이 정제설비를 증설하면서 원유를 자체적으로 소비하고 정유제품을 수출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우리에게 위협 요인이다. 중동지역에서 원유를 수송해 와야 하는 만큼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미국의 변화도 불리한 요인이다. 미국이 셰일오일과 셰일가스를 대규모로 생산하면서 석유제품 수입이 즐고 막강한 공급자로 바뀌었다. 국내 정유업계가 직접 경쟁하지는 않지만 국제 시장에서 석유제품의 공급이 미국 수입 감소분만큼 늘어나는 셈이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구조에서 서유럽은 정유 산업이 쇠퇴하고 있다. 이미 일일 130만배럴을 줄인 상태다. 호주도 정제공장 운영을 중지하고 제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은 소규모 설비 등을 줄이면서 정유산업이 축소됐다.

정유업계는 벙커C유를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 등유 경유로 바꾸는 고도화설비를 갖추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GS칼텍스의 고도화설비. 사진 GS칼텍스 제공


◆국제 석유 공급 하루 90만배럴 초과 =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 석유 공급이 수요를 90만B/D를 초과한 상황이다. 석유 공급이 수요를 하루에 90만배럴 정도 많다는 얘기다. 이는 신흥국 석유수요가 둔화됐고 북미지역 셰일오일 생산으로 공급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석유수요는 감소할 전망이다. 전체 에너지 수요는 연평균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더울 늘어나면서 석유 비중은 도리어 줄어들 것으로 보보인다. 석유가 전체 에너지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31%에서 2035년 27%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와 같은 석유의 국제수급은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정유산업의 실적과 직결된다. 우리나라 정유업계 매출액 가운데 절반 이상은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정유업계의 해외 매출액(수출)은 68억480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58.1%를 차지했다. 2012년 해외 매출은 88조9200억원으로 2008년 이후 정점을 찍었다. 이후 석유수입국의 수요 감소로 수출액은 80조9900억원(2013년), 70조2900억원92014년)으로 다소 줄었다. 해외 매출 비중은 각각 56.6%, 55.6%로 여전히 절반을 넘고 있다.

석유제품의 지난해 수출금액은 512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국가 주요 수출 품목 2위에 해당한다. 2012년에는 석유제품 수출액이 560억달러를 기록해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정유산업은 거대 정유시설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지만 생산품의 절반 정도를 해외에서 판매해야 한다"며 "글로벌 석유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4종 석유 제품 동시 생산, 수출입 불가피 = 석유산업은 특성상 원유를 투입하면 14종의 다른 제품이 동시에 생산되는 특징이 있다. 같은 원유를 원료로 휘발유 경우 벙커C유 나프타 LPG 등 14종의 서로 다른 제품이 동시에 생산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휘발유는 생산 비중이 14.1%이지만 소비는 8.5%로 5.6%를 비축하거나 수출해야 한다. 경유는 전체 생산품의 30.5%를 차지하지만 소비는 16.8%여서 나머지 13.7%가 남는다. 반대로 석유화학의 원료인 나프타는 생산 비중이 21.1%인데 비해 소비 비중은 46.2%여서 생산 비중이 25.1%나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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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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