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분야 정부부처 업무보고

수출 회복방안 '킬러 콘텐츠'가 없다

2016-01-14 10:40:16 게재

저유가 대책 빠지고 원칙론 일관, 재탕정책 많아

내수기업 수출기업화 위한 마케팅·금융지원 눈길

산업통상자원부가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수출회복 방안을 발표했다. 수출정책의 전면적인 혁신을 통해 양적 확대와 질적 고도화를 함께 추진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계획엔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특히 저유가 지속여부와 파급효과에 대해 대다수 기업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분석이나 대책이 빠졌다. 이번 계획을 통해 당초 수립했던 수출예상액을 어느정도 확대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목표치도 제시하지 않았다.

국가별 진출전략, 일반론에 그쳐 = 산업부가 14일 발표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활용한 수출회복'안은 △시장 △품목 △주체 △방식 △지원체계 등 5개 정책과제로 구분돼 있다. 이중 △수출시장은 한중FTA·정상외교 등을 활용해 시장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차례 강조해온 원칙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목이다.

세부내용도 기업들에 대한 정보제공·교육·컨설팅 지원과 정부 채널을 활용한 비관세장벽 애로해결 등 이미 추진 중인 정책이 대부분이다.

맞춤형 시장 진출 전략도 일반적인 분석에 그쳤다. 미국에선 철강 수입규제에 적극 대응하고, 승용차 무관세 등 FTA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것, 유럽연합(EU)과는 차세대 기술 협력기반 마련 및 원전건설 참여 추진 등이 포함됐다.

일본에 대해서는 한일 정상회담 3년만에 재개, 위안부 문제 타결 등 관계회복 모멘텀을 활용해 수출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정국 분석이다.

호주·뉴질랜드·캐나다의 경우 문화분야 협력 및 선진기술 습득, 베트남은 FTA 관세인하를 활용한 부품소재·유망 소비재 시장 공략, 인도는 핵심 제조업체와 제휴, 이란은 경협 분위기 조성 및 금융지원협정 추진 등만 나열했다.

특히 멕시코에 대해서는 자동차·가전 등의 북미시장 진출을 위해 생산 거점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기아자동차는 이와 별개로 올 5월 생산공장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이곳 생산량의 80%를 북미로 수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멕시코 현지공장에서 북미로 가전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성장동력산업 육성대책 미흡 = △품목의 경우 소비재, 서비스, 기술·브랜드로 수출품목을 다변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소비재·서비스에 대한 무역금융을 2015년 3조3000억원 규모에서 2016년 4조8000억원으로 늘리고, 화장품·패션의류·유아용품·농수산물·의약품 등 유망 소비재를 신수출동력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부문 역시 과거부터 제기돼 왔던 내용인데다, 시장 규모 등을 감안하면 대표적인 성장동력으로 발표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제조업 중심에서 소비재·서비스 분야까지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지원체계 역시 신선하지 않다. 우리나라 총 수출에서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5.3%(자동차·휴대폰·대형가전 제외)에 불과해 이를 활성화해야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장관 주재로 매월 개최하겠다는 '민관합동 수출·투자대책회의'의 경우 자칫 형식적인 정례행사에 그칠 우려가 있다. 그보단 담당자들이 직접 현장을 발로뛰며 애로사항과 성공사례를 발굴하는 게 효과적이다.

신규 수출성공기업 3000개 육성 = 다만 수출주체 부문에 있어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 방안은 눈길을 끈다. 일반화된 원칙이긴 하지만 수출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수기업들에게 정부가 희망지원 분야를 물어봤더니 해외마케팅, 수출자금, 컨설팅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며 "이를 위해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 수출기업의 글로벌 강소기업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3000명의 수출전문가가 수출계약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고 내수기업의 해외 전시회 참가비용 지원도 늘린다(기업부담률 평균 50 → 30%). 해외전시회 진출시 내수기업에게 20%의 쿼터를 별도 설정해 기회를 보장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정책자금(3조5000억원)과 무역금융(2조원) 지원을 확대하고 해외진출형R&D 과제에는 6570억원을 투입한다. 신규 대출기업이 수출액 10만달러(초보) 또는 수출비중 40%(주력)를 달성하면 1년간 대출금리를 0.5%p 인하해준다. 중소·중견기업에 무역보험료를 50% 할인해주기로 한 점도 눈길을 끈다.

수입부가세 납부유예 대상은 수출액 100억원 이상의 중소기업이나 수출액 비중 50% 이상의 중견기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수출액 비중이 30% 이상인 중소기업만 혜택을 받았다. 종합·전문무역상사가 중소기업 제품을 수출할 때 무역보험료를 25% 할인해주는 제도도 도입한다. 중소기업에게는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바우처 지급을 추진한다.

산업부는 이러한 지원을 통해 올해 수출 경험이 없던 내수 중소기업 3000개가 처음 수출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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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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