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지자체'를 만나다│⑤ 전라남도 순천시

"도서관이 순천의 격을 높인다"

2016-04-25 09:46:30 게재

타 지역에서 도서관 방문해 관광수입 늘어 … '1인 15권 읽기' 운동

시민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된 지 오래다. 201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지난 1년 동안 1권 이상의 책을 읽은 성인은 100명 중 6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70%가 넘는 시민들은 1년 동안 한 번도 공공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도서관·독서 정책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가에 따라 시민들의 독서율은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기초 지자체장이 의지를 갖고 독서 정책을 펼칠 때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보다 가까이에서 쉽게 책을 접하고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게 된다. 내일신문은 도서관·독서 정책에 집중하는 기초 지자체를 취재, 모범 사례를 공유한다.
<편집자주>

 

조충훈 순천시장. 사진 이의종

 

"독서는 시대정신입니다. 독서를 통해서 인간의 기본적인 것을 가꿔 나가는 것이 순천의 격을 높이는 것입니다." 18일 오후에 만난 조충훈 순천시장의 일성이다. 명문 순천고등학교 등 교육의 도시로 유명한 순천은 시민들의 교육과 문화생활을 뒷받침하는 인프라로서 도서관 정책에 공을 들여왔다.

인구 28만명의 순천은 공공도서관이 7개관으로 2015년 기준 1관당 봉사대상 인구 4만명을 자랑한다. 같은해 전국 1관당 봉사대상 인구는 5만2850명으로 4만명을 훌쩍 넘었다. 총 장서 수는 87만권으로 1인당 장서 수는 3.12권에 달한다. 2015년 기준 국민 1인당 장서 수가 1.82권으로 2권이 채 안 되는 점을 고려하면 순천이 도서관·독서 정책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다.

도서관 조직도 방대하다. 국 단위 평생학습문화센터에는 도서관운영과가 있다. 31명이 일을 하는 조직이다. 도서관 예산 규모도 크다. 2016년 기준 에코에듀체험센터 건립비용을 포함, 88억4000만원을 확보했다.

이런 순천 도서관 정책의 중심에는 조 시장이 있다. 조 시장은 2003년 당시 시장으로 어린이도서관인 제1호 기적의도서관 유치전에 뛰어들어 성공하면서 도서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그리고 기적의도서관이 기존 도서관과 달리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운영되는 모습을 보면서 "도서관은 운영 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창조적으로 도서관 정책 펼친다"

처음 기적의도서관의 운영 방식은 조 시장에겐 낯설었다. '정숙'이라고 쓰여 있어야 할 도서관에서 아이들은 신발을 신지 않고 제 집처럼 뛰어 다녔다. 아이들은 도서관 마당에서 화분을 키웠고 주말이면 아빠가 엄마와 자녀들과 함께 기적의도서관을 찾아 함께 책을 읽고 마당을 거닐었다. 이 사업을 하면서 조 시장은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이 곧, 가족을 위한 도서관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 가정의 특성상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이 건립되면 가족이 함께 도서관을 방문하는 문화가 형성된다.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순천은 2014년 전국 최초로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그림책도서관을 건립했다.

조 시장은 "기적의도서관과 그림책도서관 사업을 하면서 가족과 함께 도서관을 찾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을 봤다"면서 "어린이가 책을 쉽게 접하게 도와줬는데 엄마 아빠까지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도서관 프로그램이 재미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면서 "시대에 맞게 창조적인 방식으로 도서관 정책을 펼쳐야겠다는 생각도 이때 했다"고 덧붙였다.

시민들, 재능기부로 적극적 참여

순천 도서관 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걸어서 10분 이내 갈 수 있는 도서관을 건립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작은도서관이 무려 55개관에 이른다. 책을 읽고 싶은 시민은 누구나 편하게 근처 도서관을 찾으면 된다.

사실 사서를 두는 것이 강제규정이 아닌 작은도서관의 특성상 개관만 하고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곳들도 있지만 순천의 작은도서관들은 그렇지 않다. 시가 지원하는 작은도서관 운영자가 37명에 이르는데다 작은도서관과 공공도서관에서 자원봉사하는 시민들이 200여명이나 있기 때문이다.

조 시장은 "어린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구연동화를 하는 등 기적의도서관에서 시작된 재능기부는 다른 도서관으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서 "시민들이 재능기부를 하고 만족감을 느끼면서 이들을 통해 독서하는 삶이 확산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다 보니 시 전반적으로 시민들이 도서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독서하는 문화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독서를 더욱 적극적으로 독려하기 위해 순천은 2016년 시민들을 대상으로 '1인 15권 읽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예산을 지원, 시민들에게 30% 저렴하게 지역서점에서 책을 살 수 있게 한다. 시민과 지역서점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조 시장은 "시민들과 점점 멀어져 가는 독서를 하게 지원하는 것은 시대정신"이라면서 "세상이 바뀔수록 독서를 해야 하고 독서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체류형 프로그램 추진

순천의 도서관·독서 정책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까지 가져온다는 것이 조 시장의 설명이다. 예컨대, 기적의도서관이 설립됐을 때 그 주변의 집값이 오르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

요즘엔 타 지역에서 도서관을 방문하는 이들로 인해 관광수입이 늘어나는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인근 지역에서 그림책도서관의 특별전시를 방문하기 위해 순천을 방문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기적의도서관, 그림책도서관을 중심으로 도서관을 관광자원화하고 다양한 체류형 행사와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은 2016년 순천 도서관운영과의 시책 중 하나다. 도서관 인프라를 활용, 수준 높은 전시와 인문학 강의 등을 개최해 타 지역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독서문화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조 시장은 "진주, 남해에서 도서관을 방문하러 오는 사람들 덕에 관광수입이 늘어나는 등 잘 운영되는 도서관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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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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