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제3세력화 연대 시나리오

비문 대표 국민후보? '꽃길'은 없다

2017-01-13 11:23:19 게재

'빅텐트' 실력증명 해야

바른정당 합류, 경선할까

국민의당,선거 막판연대?

새누리, TK 지지 숙제

'문재인 대 반 문재인(반문)'의 구도가 굳어지고 있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누구와 어떻게 손을 잡을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독자창당 가능성은 지난해 말 반 전 총장이 직접 밝힌 대로 '극히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2~3월에 이뤄지는 경우를 고려하면 정치일정이 촉박하다. 기존 정치세력, 특히 원내세력과의 연대가 불가피한 대목이다.

안부근 디오피니언 소장은 "반 전 총장은 한동안 국민에게 다가가는 행보로 이른바 빅텐트를 꾸려 세력을 모으려 할 것"이라며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골든타임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 전 총장은 12일 귀국길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은 어떤 정당에 바로 소속한다는 생각을 않고 있다"며 "언젠가는 저를 지탱할 정당과 조직이 있어야 하겠지만"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단독으로 지지 확장 해낼까 = 반 전 총장에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자신이 '국민후보'로서 비문세력 전체를 통합·흡수하는 경우다. 자신을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에서 이탈하는 각 온건세력과 바른정당, 국민의당의 지지를 아우르는 빅텐트를 꾸리는 것이다. 각 세력의 자발적인 '추대'을 받으면 주도권 다툼 없이 곧바로 본선 돌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상적인 만큼 전제조건이 까다롭다.

반 전 총장이 먼저 문재인 전 대표를 상대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 나라 안팎에서 시작된 검증공세를 극복하고 국정운영 역량도 보여 자력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의미 있는 세력규합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선거는 결국 지역과 세대, 정당을 지지기반으로 치러진다"며 "충청과 60대 외에 뚜렷한 지지층 없이 두루뭉술한 '국민후보' 컨셉트만으로 지지층을 얼마나 확장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실성이 높게 점쳐지는 쪽은 반 전 총장이 기존 정당에 합류하는 것이다.

일찌감치 정당의 도움을 받으면 검증·네거티브 공세 방어나 선거운동을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반면 다른 정당의 견제가 거세져 '비문 연대' 구축이 그만큼 어려워질 수 있다. 당내 경선, 또는 다른 당과의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검증'을 거쳐야 할 수도 있다.

바른정당과 시너지 가장 클 듯 = 메시지를 놓고 봤을 때 현재 반 전 총장 합류 가능성 1순위는 바른정당이다.

'광장의 민심'을 언급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한일 정부 합의에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박근혜 대통령 및 새누리 친박계와 선을 그었다는 점이 닮았다. 재벌개혁에는 힘을 실으면서 사드배치 재논의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비친 점 역시 바른정당과 궤를 같이 한다.

반 전 총장의 바른정당 합류는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반 전 총장은 '중도보수' 후보로서의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다. 당 역시 새누리당에 잔류중인 충청권 의원 및 중도온건파의 대거 유입으로 급격한 정치력 확충이 기대된다.

반면 영남 전통 보수표의 누수는 기회비용이다.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의 대권 행보를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고 한껏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경선을 조건으로 걸고 있다.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등 자체 대선후보와의 경쟁을 통한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이 이를 수용할지가 관건이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가 연대보다는 당 후보 자체의 경쟁력을 키우자는 '자강론'을 펴고 지도부 역시 뜻을 모으면서 반 전 총장을 일단 견제하는 분위기다. 사실상 '호남당'으로 축소된 입지도 발목을 잡는다. 엄 대표는 "섣부른 합류는 정권교체 요구가 높은 호남 민심이 문재인을 역선택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거 막판에 공동정부 구성 등을 고리로 후보를 단일화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새누리는 반 전 총장에게 '계륵'과도 같은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탄핵이 헌재에서 인용되기 전에는 손잡을 명분이 없다. 하지만 영남, 특히 지금까지 굳건히 지탱해주고 있는 TK 전통보수 지지층을 외면할 수도 없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추진 중인 당 쇄신이 얼마나 성과를 거두느냐가 관건이다.

개헌을 고리로 하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의 연대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 전 총장은 12일 언론인터뷰에서 두 명에 대해 "만날 용의가 있다. 시간이 없으니까 실질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고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쳤다.

이 경우 야권 비문 세력 상당수의 합류도 기대할 수 있다.

안 소장은 "반 전 총장으로서는 최악의 경우가 비문후보들이 다자구도로 본선 끝까지 가는 것"이라며 "그 자신만의 불행일 뿐만 아니라 문재인 후보에 대항하는 세력 전체의 불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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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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