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소득에 일 '못 놓는' 노인들

2017-03-21 11:01:14 게재

60세이상 취업자 증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노후소득이 부족하다보니 직장에서 은퇴를 하고도 노동시장에 남아 일을 계속하는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노인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가 대부분 임금수준이 낮거나 근로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고 이마저도 충분치 못하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 취업자 수는 2000년 196만3000명에서 거의 매년 증가해 2012년 30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388만4000명으로 400만명에 육박했다.

신규 취업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4년 전체 취업자가 1년 전보다 53만3000명 늘었는데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 폭이 20만명에 달했고, 2015년에는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 규모가 17만2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증가 폭 33만7000명의 절반이 넘었다. 지난해에는 전체 취업자 증가 폭이 29만9000명으로 줄었으나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 규모는 22만3000명으로 되레 더 커졌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 폭이 큰 것은 인구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늘어난 까닭도 있지만 은퇴 시기가 지나서도 노동시장에 남아 계속 일을 하는 노인들이 증가한 원인이 더 크다. 60세 이상 인구 대비 취업자 비중을 의미하는 고용률을 보면 2010년대 초반 36%대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에 39.3%까지 올랐다. 노인 인구보다 노인 취업자 수 증가 속도가 더 빨랐다는 의미다.

노인들이 노동시장을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돈' 문제다. 지난해 고령층(55~79세) 인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장래 일하기를 원하는 노인 비중은 61.2%에 달했고 이중 58%가 '생활비에 보탬'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일하는 즐거움'(34.9%), '무료해서'(3.4%)등의 답변보다 월등히 많았다.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일을 하고 싶다는 노인 비중은 2014년 54%에서 2015년 57%, 지난해 58%로 최근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노인 취업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질 좋은 일자리는 많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60세 이상 노인층 비중은 2011년 16.0%에서 2015년 21.0%, 지난해에는 22.8%까지 증가했다. 노인 취업자 수가 늘고 있으나 이들 중 상당수는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비정규직 등에서 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은 2012년 56.6%에서 2014년 55.8%, 지난해에는 53.5%로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질 나쁜 일자리라도 노인들에게 충분히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60세 이상 노인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보면 2010년 37.0%에서 해마다 올라 지난해 40.4%까지 상승했다. 경제활동인구는 수입이 있는 일을 한 취업자와 일을 하지 못했지만 구직활동을 한 실업자를 포함한다. 10여년전까지만 해도 60세 이상 경제활동인구의 대부분은 취업자였다. 2006년의 경우 60세 이상 경제활동인구가 253만8000명이었는데 이중 취업자는 250만3000명이었고, 실업자는 3만600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60세 이상 실업자는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10만6000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2000년대 1%대에 머물렀던 60세 이상 실업률은 2010년대 들어 2%대로 상승했다. 2013년 1.8%로 잠시 떨어졌으나 이후 다시 상승해 지난해에는 2.6%를 기록했다.

사회공공연구원 이상훈 연구위원은 "노후 준비가 안 된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은퇴를 하고도 노동시장에 남아 일을 하려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며 "하지만 재취업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여서 대부분 비정규직이나 단순 노동 위주의 저임금 일자리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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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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