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수당, 시혜 아닌 공정한 기회 제공"

2017-05-24 10:57:16 게재

'청년구직촉진수당' 공약에 "당장 일자리 늘지 않겠지만 구직활동에는 큰 도움" 기대

얼마 전 끝난 19대 대통령선거에서 유력 후보들은 앞다퉈 청년들을 위한 복지수당 정책들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년구직촉진수당을 공약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청년성장 지원금을 약속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청년 실업부조 도입을 제시했었다.

주로 노인과 아동에 초점이 맞춰졌던 복지정책 대상이 청년으로 확대된 것은 반길 일이지만 그만큼 우리나라 청년층의 사정이 열악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청년수당 정책을 주도한 건 지방자치단체들이다. 성남시는 지난해부터 '청년배당'제도를 실시했고, 서울시도 '청년활동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시와 경기도는 올해부터 '청년구직지원금'제도를 시행한다.

하지만 지자체의 청년수당 정책이 순탄하게 진행돼 온 것은 아니다. 청년층 취업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구직활동보다는 생활비나 유흥비 등으로 사용되는 등 모럴해저드를 부추길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며 논란이 이어졌다.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의 경우 '무분별하게 현금을 주는 포퓰리즘 사업'이라는 보건복지부의 반대에 부딪혀 차질을 빚었다. 서울시가 지난해 8월 2831명의 대상자를 선정해 50만원씩 활동비를 지급했으나 복지부가 바로 직권취소 처분을 내린 것. 서울시는 당초 6개월간 활동비를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1개월 만에 중단됐다.

서울시는 다시 복지부와 협의를 진행해 대상자 선정기준과 지급방식 등을 변경하는 조건으로 올 7월부터 사업을 재개하기로 한 상태다.

짧은 기간이긴 하나 지난해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지급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려했던 '모럴해저드'는 없었다.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가 청년수당을 받은 969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원금의 39.9%는 학원비와 교재 구입비 등 취·창업에 사용됐다. 취업 모임 등 간접비용(13.3%)과 이력서 사진 촬영비, 응시료 등 구직관련 비용(16.7%)까지 더하면 취·창업 관련 활동에 쓰인 비용이 전체 지원금의 70%에 달했다. 반면 교통비와 통신비, 공과금 등 생활비 등으로 사용된 지원금은 22.3%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청년실업과 빈곤 문제가 커지면서 해외에서도 청년수당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거나 확대하는 추세다.

유럽연합은 청년무직자를 대상으로 2020년까지 약 75조원을 투입하는 청년보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노동법을 개정해 청년보장제를 전면시행하기로 한 바 있다.

청년수당이 시행된다고 갑자기 청년들의 일자리가 늘고 취업이 활발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노동시장에서 이탈해 '니트족'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청년수당제도가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청년단체들이 이번 대선기간 각 후보들에 내건 청년 공약 가운데 가장 선호한 공약 역시 취업준비생에 대한 구직활동 촉진수당제도였다.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청년구직촉진수당은 만 18~34세 고용보험 미가입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지급액은 월 30만원 이상으로 골목상권·전동시장 전용화폐로 지급된다. 지급기간은 최대 9개월간이다.

공약집에서는 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사업과 연동해 자기주도적 구직활동을 증빙하는 경우에 지급하는 조건을 달았다. 세부 기준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청년유니온 김영민 정책팀장은 "세부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 실효성을 따져보긴 어렵지만 새정부가 그동안 부족했던 청년 구직활동지원 정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며 "불쌍한 청년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고 기회를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청년수당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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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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