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 6.13지방선거 판도 바꾼다
'안희정의 친구' 선거운동 잠정중단하고
박원순캠프는 운동원도 성폭력예방교육
민주당 특위 발족 '성폭력 추방' 기대감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공개 고발하는 미투(Me Too)운동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6.13지방선거 판도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 선거에 직접 출마하는 후보 당사자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나 지인까지 성폭력 사건에 연루될 경우 여파가 커질 기미다. 이전과 달리 단순히 사건을 무마하기보다는 재발 방지나 유사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내놔 실질적인 성폭력 추방으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안희정의 친구'를 앞세워 안 전 충남지사 뒤를 이으려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6일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가 직위와 권위를 앞세워 장기간 여성 비서진을 성폭행했다는 고발이 나온 뒤 전격 사퇴하면서다. 박 전 대변인은 안 전 지사와 나란히 찍은 사진을 부각시켰던 선거 현수막도 철거했다. 같은 날 안 전 지사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를 모욕한 더불어민주당 한 부산시의원 예비후보도 당에서 전격 제명됐다. 이 후보는 안 전 지사가 가해사실을 인정했는데도 자신의 사회적관계망에 '달라는 O이나 주는 X이나… 똑같아요'라는 글을 올려 공분을 샀다.
3선 도전에 나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재선에 도선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관계자나 지인의 성폭력 사건으로 긴장하고 있다. 박 시장의 경우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지역 캠프운영을 총괄했던 선거운동원에 대한 성폭력 고발이 빌미가 됐다. 지난달 28일 한 여성 작가가 사회적관계망을 통해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뒤 박 시장이 "(피해) 사실을 몰랐던 것도 불찰"이라며 공개 사과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 고위관계자 입을 빌어 진상조사와 함께 이번 선거과정에서 유사한 피해가 없도록 성폭력 예방교육 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교육감 고민은 시사만화가인 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다. 조희연표 창의학교인 오디세이학교 명예교장으로 앉혔는데 한 웹툰작가가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며 가해자로 박 교수를 지목했다.
경기도에서는 정진후 전 정의당 원내대표가 10년 전 성폭력 사건 2차 가해자를 옹호했다며 경기도교육감 출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고 광주에서는 한 기초단체장 출마 예정자의 2003년 성추행 의혹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공개 고발이 더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때도 강제 추행, 성매매 알선 교사 등 범죄이력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단체장·지방의원 후보가 여럿 있었다.
피해자의 공개 고발이 '운동'으로 힘을 얻으면서 대응 양상은 이전과는 다르다. 단순히 사건을 무마하거나 피해자를 역으로 공격하는 게 아니라 박원순 시장처럼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등 변화의 흐름이 보인다. 선거 이후에도 실질적인 성폭력 추방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당장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원내기구인 젠더폭력대책TF를 당내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로 격상시키고 성폭력범죄 신고상담센터를 통해 상담·조사에 나서겠다고 6일 밝혔다. 민주당은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6.13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에 의무적으로 성평등교육을 실시하겠다고 결정했고 성폭력과 성매매 등 성범죄 이력이 있는 인물은 예비후보자 등록부터 금지하겠다는 입장도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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