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공직사회 '충격 분노 허탈 자책…'
대선주자 자부심 붕괴
비난 기자회견 줄이어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도저히 믿어지지 않습니다."
6일 오후 충남도청에서 만난 한 간부 공무원의 말이다.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충격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평소 술자리에서 여직원을 상대로 음담패설이나 늘어놓는 사람이 전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건이 알려진 후 충남도 공직사회는 충격과 분노, 허탈감과 자책 등에 온통 휩싸였다. 차기대선 유력주자를 배출했다는 자부심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분노를 쏟아내는 공무원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또 다른 충남도 공무원은 "어제 뉴스를 보고 한숨도 못 잤다"며 "감옥까지 갔다 온 사람이 그 정도 수양도 안돼 있었다니 이해가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때 늦은 후회도 이어졌다. 여성을 수행비서로 삼았을 때 문제를 지적, 바로 잡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6일 만난 공무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공무원은 "젊은 나이라 간혹 작은 빈틈 정도는 보였지만 지적하면 곧 수정을 했던 사람"이라며 "우리가 제대로 보좌를 하지 못해서인지…"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충남도 공직사회만이 아니다. 6일 하루종일 충남도 브리핑룸은 안 전 지사를 비난하는 지역 단체와 정치권의 기자회견이 줄을 이었다. 정확한 진상규명과 엄중한 처벌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충남풀뿌리여성연대 등 대전충남지역 20여개 여성단체도 성명을 내고 "임시방편의 정치활동 중단 선언으로 성범죄 구속 사유를 물타기해서는 안된다"며 "성폭력 범죄자 안희정의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법·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파문으로 수많은 도민이 암담한 심정에 빠졌다"며 "안 전 지사는 하루빨리 무릎 꿇고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도민과 출향민이 받은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안 전 지사의 고향인 논산시에 사는 변 모(46)씨는 "지금 논산은 완전히 정신이 나간 상황"이라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충남도청이 있는 홍성군이 고향인 유 모(50)씨는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고향 부모님의 전화도 받았다"고 말했다.
충남도가 이번 충격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8년이라는 시간이 그만큼 길었고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이 기대를 품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당장 충남도 앞에 닥친 각종 현안은 출범 3개월을 앞둔 민선 7기에 넘겨질 전망이다. 충남도는 민선 6기 막바지이지만 내포신도시 공공기관·대형병원 등 유치, 열병합발전소 논란 해소 등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었다. 최근엔 인권조례 폐지안이 전국적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남궁 영 충남도지사 권한대행은 6일 기자회견에서 "도정은 시스템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차질 없이 운영될 것"이라며 "남은 기간 도정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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