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책에서 건강우선

"모든 정책에 국민 건강 우선 반영"

2021-04-09 11:56:50 게재

소득-지역 간 건강격차 줄이기, 국민 참여 중요 … "건강영향평가, 법 정비 추진"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늘어났지만 12년 넘게 병으로 고생하면서 불행하게 살아간다.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에 따라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도 늘었다. 12대 만성질환은 전체 진료비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각종 질환으로 고생하고 의료비 부담까지 떠안는 국민의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소득과 지역에 따라 건강수준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정부가 밝힌 제5차 국민건강증진계획(Health Plan 2030)에 제시된 기본계획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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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2018년 기준 82.7세로 OECD 국가 평균을 넘어섰다. 하지만 건강의 질은 답보 상태다. 게다가 소득이 높고 낮음, 거주 지역에 따라 건강 수준이 차이나는 건강 형평성 문제도 크다.

기대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기간을 뺀 건강수명도 늘어나지만 기대수명과 격차가 심하다. 2018년 기준으로 12.3년 동안 아픈 상태에서 여생을 불행하게 보낸다.

암·심장·뇌혈관·간·고혈압성 질환과 당뇨병 등은 평소 생활습관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병인데도 여전히 주요한 사망원인이다. 12대 만성질환으로 인한 진료 인원은 연평균 3.1%씩 늘어난다. 진료비도 연평균 8.1%씩 증가한다.

이들 질환의 진료비는 총 31조1259억원이나 된다. 급속한 고령화로 이런 의료비 부담은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노인 의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운동실천, 스트레스 관리 등 중요 = 적절한 건강정책이 없으면 소득계층간 지역간 건강격차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2018년 소득수준 상위 20% 평균과 하위 20% 평균의 건강수명 격차는 약 8.1세로 나타났다. 시군구 간 건강수명도 상위 20%와 하위 20% 격차가 2.7세로 나타났다.

김명희 한국건강형평성학회장은 "주거환경, 영양상태, 건강에 대한 이해 정도, 건강실천을 할 수 있는 여유, 의료 접근성, 사회제도 등 복합적 요인들이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며 "요약하면 소득-교육수준, 지역에 따라 건강격차가 크다"고 설명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8월 진행한 국민인식 설문조사 결과, 희망하는 기대수명은 87.1세로 나타났다. 2018년 기준 기대수명보다 4.4세가 높다.

국민들은 소득수준-교육수준-거주지 특성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 정부가 적극적으로 건강관리에 개입해주기를 원했다. 건강관리의 중요성은 운동실천 > 감염질환 예방 > 스트레스 관리 등 순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민 개인의 건강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7.2%,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51.6%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건강수준과 건강 형평성을 높이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보건정책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강수명 늘리고 건강형평성 높이기 = 올해 1월 27일 제5차국민건강증진계획(Health Plan 2030)이 나왔다.

정부는 '모든 사람이 평생 건강을 누리는 사회' 전망을 제시했다. 2030년까지 건강수명을 73.3세로 늘리고 소득과 지역 간 건강 형평성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30년까지 건강수명을 2.9세 연장하고 소득수준 상하위 20%의 건강수명 격차를 7.6세로 낮춘다는 목표다. 건강수명 상하위 20% 해당되는 지자체 간의 격차도 2.9세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6가지 기본원칙도 제시했다.

첫째 원칙은 국가와 지역사회의 모든 정책 수립에 건강을 우선 반영한다는 것이다. 건강증진과 지속가능한 정책 추진을 위한 관련 부처 참여를 강조했다.

두번째는 보편적인 건강수준 향상과 건강 형평성 높이기를 함께 추진한다. 중점과제별로 취약한 집단과 계층을 확인하고 이들에게 편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목표와 우선순위를 정한다.

영유아-아동-청소년-성인-노인 등 생애주기별 단계와 학교 군대 직장 등 생활공간에서 적절한 건강정책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한다. 모든 사람이 건강과 안녕을 위한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일반 국민에게 건강정책 수립에 주도적 역할을 부여한다.

마지막은 관련된 국제 동향, 국내 분야별 지역별 건강정책의 연계성을 확보하고 새 계획을 세울 때 지침으로 기능하도록 한다. 이는 제4차 계획에는 없던 원칙이다.

김명희 한국건강형평성학회장은 "정부의 건강증진종합계획은 전국적이고 총체적인 사업이다. 지속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국민이 소득간 지역간 건강격차 문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과 정부가 함께 할 때 목표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정책과 제도에서 '모든 정책에 건강을 우선 반영' 원칙을 실현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먼저 국민 건강개선과 건강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건강영향평가제 도입이 시급하다. 건강영향평가는 정부와 지자체가 각종 정책과 제도를 시행할 때 국민과 지역민의 건강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과 정도를 파악하고 그 정책과 제도에 평가결과를 반영한다.

◆각종 정책 건강영향평가 필요 = 건강영향평가 시범사업 실시와 모니터링 체계를 개발하고 이후 건강영향평가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건강형평성 개념을 담은 법 정비도 필요하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또는 별도 법안 제정을 추진할 수 있다.

이런 기반들이 구축되면 각종 건강정책을 건강수명 향상과 건강 형평성 제고 목표에 맞춰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조인성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은 "소득과 교육 수준, 지역에 따라 건강격차가 심한 것을 해소해야 한다. 국민 건강권 보장 차원에서 이번 HP2030에 그 목표와 계획을 담았다"며 "모든 정책에서 건강을 우선적으로 반영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조 원장은 "건강영향평가는 실제 건강도시를 만들 때 건물·도로 건설 등 다양한 사업이 지역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처럼 건강 형평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증도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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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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