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고령사회, 건강 형평성에 집중해야

2021-04-09 11:56:51 게재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교수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자각수준이 어느때보다 높다.

아동 학대, 연령 차별주의, 서구사회의 아시아인 차별, 미투에 이르기까지 정의롭지 못한 사례들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동반하거나 공존한다.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재난에는 확산을 막는 것과 함께 사람을 동등하게 보호하는 방향도 함께 바라보고 가야 한다.

지난 1년여 동안 의료를 이용해야 하는 적절한 때를 놓치거나 적정 수준의 건강관리를 받지 못한 고령층의 치료 실패는 곧 이어 인구계층 전체의 건강지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공공의료기관을 통한 건강관리, 사회복지 시설을 통한 식사, 보살핌, 재활, 사회관계망은 누군가에게는 삶의 소소한 행복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존 유지에 필수적이었다. 일부 비대면 서비스만 남겨진 지역사회 속에서 노인 어린이 가족은 돌봄에 지쳐 있다.

지난해 5월 혼자 살고 계신 저소득 어르신을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이런 반응이 나왔다. "코로나에 걸리는 것이 두렵지만 때로는 걸려 갑자기 죽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텔레비전이나 하얀벽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 노인들은 외로움, 극단적인 선택, 영양결핍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인근 복지관이 문 앞에 두고 간 밑반찬들을 큰 냄비에 모두 넣고 끓여 매일 식사를 해결했다고 한다. 식사 시간은 외롭고 고통스러웠다.

이런 때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2030을 발표했다. 건강수명 향상과 더불어 소득과 지역간 건강 형평성을 높일 수 있는 건강증진정책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모든 정책에서 건강을 고려하는 건강친화적 환경 구축을 위해 관련 부처와 지자체 등 다양한 분야의 주체들과 협력을 강화해나가겠다고도 했다.

건강 이외의 정책 즉 노동 경제 교육 환경 주거 여성 정책 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논의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제도화를 위해 법적 근거와 적절한 권한을 가진 범부처 실행조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에는 모든 시민이 어디에 살든, 어느 연령에 있든 건강한 노화(aging)을 추구하고 누릴 수 있는 건강 형평성을 목표로 우리사회가 한발더 전진하길 바란다. 새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건강정책을 도모하고 추진해주길 바란다. 사람을 중심에 놓고 사회서비스와 인프라에 소외되는 분야는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작업이 그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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