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넘은 보물 금강송 지키기 총력전

2022-03-07 11:47:51 게재

국내 유일 보호림 8만5000여 그루 위협

전국 곳곳에 산불, 여의도 58배 잿더미

경북 울진 산불이 4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동해안 주불잡기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7일까지 주불을 잡지 못할 경우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 군락지까지 피해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산림당국은 7일 일출시간에 맞춰 야간에 운영을 중단했던 헬기 51대를 투입, 소광리쪽으로 번지고 있는 불길을 잡는데 집중하고 있다.

울진 금강송 군락지는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일대에 있다. 1959년 국내 유일 육종보호림으로 지정됐다. 수령이 200년 이상 된 금강송 8만5000여 그루가 1600㏊에 분포해 있다. 특히 소광리 소나무군락지의 금강소나무는 2008년 국보1호 숭례문 화재 복원에도 사용했을 만큼 보존가치가 높은 숲이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화마와 밤샘 사투│남부지방산림청 울진국유림관리소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이 6일 오후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에서 금강소나무숲을 지키기 위해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산림당국은 소광리로부터 500m 지척까지 다가온 산불로부터 금강송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상에는 핵심구역을 중심으로 16개팀 252명의 산불진화대원을 동원해 산불이 소광리로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산불진화헬기의 담수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동식저수조도 설치했다. 7일 일출과 동시에 산불지연제를 장착한 산불진화헬기 51대를 동원해 산불이 소광리 소나무군락지로 접근하는 것을 막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산림당국은 6일 주불진화를 마칠 계획이었지만 수시로 바뀌는 바람 탓에 실패했다. 특히 오전까지만 해도 서쪽으로 불던 바람이 오후가 되면서 북동쪽으로 바뀌면서 산불 확산이 빨라졌다. 특히 소나무숲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짙어 헬기 운행에 차질을 빚으면서 주불 진화를 하지 못했다. 다행히 7일에는 바람이 잦아진데다 바람도 다시 서쪽으로 불고 있어 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겨울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강수량도 산불에 영향을 미쳤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강수량은 13.3㎜로 평년대비 75.7㎜ 적은, 14.7%에 불과했다. 이는 1973년 관측 이래 최저치다. 울진 지역의 경우 겨울철 강수량이 제일 적었던 해는 2020년으로 11.7㎜를 기록했다. 2021년 겨울은 24.5㎜로 두 번째로 적은 비가 내렸다.

한편 7일 현재 동해안을 비롯한 전국에서 동시에 산불이 발생해 진행 중이다. 특히 울진·삼척과 강릉·동해 등 동해안 산불이 심각하다. 4일 오전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은 나흘째 확산되고 있고, 5일 새벽 발생한 강릉·동해 산불도 건조한 날씨와 강풍 탓에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강원 영월(4일 오후)과 대구 달성(5일 오후) 산불도 마찬가지다.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는 인명피해가 없다는 점이다. 울진 원전 등 위험시설 방어에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산불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전국적으로 피해면적은 1만6775ha(7일 6시 기준)로 추정된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58배에 달하는 규모다. 512곳의 시설물이 산불 피해를 입었는데, 이 가운데 343곳이 주택이다. 울진의 주택 피해가 가장 많은 343채고, 동해도 63채가 피해를 입었다. 이 때문에 4659세대 7355명이 산불을 피해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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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김성배 김아영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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