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두번째로 적은 겨울비, 산불 피해 커져
기상청, 분석 결과 … 전국 강수량 평년대비 14.7% 불과, 이상기후 탓만 하는 건 경계해야
여의도 면적 53배 가량의 경북-강원 지역 산림을 태운 역대급 산불. 이것도 6일 오후 6시 현재 추정치라 그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이번 산불에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강수량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강수량은 1973년 관측 이래 최저치다.
기상청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1년 겨울철 기후 분석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강수량은 13.3mm로 평년대비 75.7mm 적은, 14.7%에 불과했다. 이는 1973년 관측 이래 최저치다. 강수일도 11.7일로 역대 가장 적었다. 평년이란 지난 30년간 기후의 평균적인 상태를 말한다.
기상청은 "이번 겨울철은 저기압보다 고기압의 영향을 자주 받아 맑은 날(일조시간 605.5시간, 상위 1위)이 많았고 대륙고기압이 주기적으로 확장할 때 찬공기가 해상을 지나면서 눈구름대가 만들어져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눈이 자주 내렸지만 양이 적었다"며 "일반적으로 겨울철 저기압이 중국이나 서해상에서 생성돼 우리나라를 통과하면서 수증기를 공급하고 비를 뿌리지만 이번 겨울철은 우리나라 주변을 지나는 저기압이 대기 상층 기압골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비나 눈의 양이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즉 우리나라 남쪽에서 수증기가 평소보다 적게 들어오면서 강수량이 현격히 적어졌다는 소리다. 울진 지역의 경우 겨울철 강수량이 제일 적었던 해는 2020년으로 11.7mm를 기록했다. 2021년 겨울은 24.5mm로 두번째로 적은 비가 내렸다. 서울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 강수량은 17.9mm로 평년대비 27.0%에 불과했다. 부산 울산 등 경상남도 지역은 3.1mm로 평년대비 3.0%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이번 역대급 산불 피해가 심화하는 기후위기로 인한 결과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단편적으로 결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기후란 최소 30년 이상의 평균적인 기상상황을 의미한다.
게다가 지난해 8월부터 동태평양의 적도 지역 해수면 온도가 낮게 나타나는 라니냐 현상 영향도 무시 못한다. 라니냐 현상은 전 지구적 기압계를 바꾸어 국지적인 강수량을 일시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물론 최근 기후위기로 인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기상재해가 심화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브라질의 경우 지난해 겨울 평균 강수량의 6배가 넘는 폭우가 북동부 지역에 내려 24명이 사망하고 남동부 지역은 이재민 2000여명이 발생했다. 필리핀은 지난해 12월 태풍 '라이'로 인한 폭우와 강풍으로 400명 이상 사망했다.
기후위기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기상과 기후적인 측면에서 해야 할 일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기후변화 탓만 하다가 정작 제대로 된 원인 진단과 해결책을 구하지 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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